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쿨수 Sep 28. 2021

청춘을 위로한 청주의 여유로움

무심하게 스치던 봄에 다진 오래된 다짐

코로나19로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하면서도 기회가 되면 팔도를 누비고 있다. 해외여행의 어려움 덕에 국내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많이 알아간다. 특히 지방에 있는 지인 찬스를 많이 누리고 있는데 이번 내 친구의 집은 청주였다. 11시 즈음 출발했는데 차가 생각보다 많이 막혀 거의 3시간 정도 걸렸다. 그 와중에 친구가 말해준 지명을 내비게이션에 검색해서 갔는데 구가 달랐다. 알고 보니 서원구와 흥덕구 두 곳에 같은 이름의 주소가 있었고, 거짓말처럼 내 내비게이션은 다른 곳만 검색됐다...* 덕분에 3시간을 넘치게 채워서야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근처에서 또 다른 친구를 태워 데이데이데이라는 브런치 맛집에 갔는데 이사 갔단다. 새 주소로 찾아가니 완전 새 건물이었다. 슈림프 아보카도 샐러드, 치킨 샌드위치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각자 시험, 공부, 운전으로 지친 상태였지만 만나니 피곤을 뚫고 서로의 역학 관계가 불을 뿜었다.

같은 동네에서 자랐지만 이곳에서 꽤나 오래 지낸 친구를 쫓아 성안길에 있는 쫄쫄호떡에 갔다. 청주읍성이 있는 곳이라 성안길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청주 명물이라더니 줄이 길어 거의 30분 정도 기다렸다. 갑자기 비가 와 차에서 우산을 가져오니 비가 멈췄다...* 기다림 끝에 맛본 호떡은 흡사 공갈빵 같았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튤립이 만발한 문암생태공원에 가서 왠지 카카오스토리에 올려야 할 것 같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원래 쓰레기 매립장이었지만 이렇게 공원으로 가꾸었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청주 정북동 토성에 들렀다. 평야에 위치한 토성의 흔적을 둘러보고 또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고 찍혔다. 해를 지는 걸 봐도 멋질 것 같았지만 시간이 애매해 다음 장소로 향했다.

상당산성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많이 떨어졌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고성이 자연과 어우러져 웅장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우연찮게 일몰 시간 5분 전에 딱 적당한 곳에 다다랐다. 살면서 봤던 것 중 손에 꼽히게 아름다웠던 해넘이를 봤다.  아시시에서 봤던 석양이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웠다. 행복한 시간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누릴 수 있어 감사했다.

간식 몇 가지 사고 돌아오니 어느새 한밤중이다. 평범한 족발로 특별한 한 끼를 함께하고 친구들의 최애들을 반강제적으로 시청했다. 이곳이 102기갑여단입니까? 살짝 재입대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질색하면서도 나름의 매력을 조금씩 깨우쳤다. 가뭄에 단비처럼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듣다 잠들었다.

이튿날 여유롭게 나와 육거리종합시장에 위치한 금강설렁탕으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 마주한 한마음 쇼핑타운상가가 힙하다. 금강설렁탕은 예능 서울촌놈에서 한효주 배우가 찾은 곳이라고 한다. 맛은 평범했지만 따뜻하니 좋았다.

시장을 거슬러 오르며 구경하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카페벨롱이라는 곳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렸다. 점원이 늦잠을 주무셔 오픈이 살짝 늦었는데 덕분에 맛있는 빵을 공짜로 받았다.

그렇게 짧고 반가운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요즈음 세월을 실감하는 순간이 부쩍 잦아졌다. 속절없는 흘러감이 서운하면서도 덕분에 주어진 때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인연과 추억이 허락되는 순간까지 잘 누리고 귀하게 간직해야겠다. 불안과 연연을 딛고 여태껏 살아낸 모두와 시절이 허락하는 행복을 나누고 싶다. 무심하게 스치던 봄 속에 오래된 마음을 다져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거제의 매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