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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Sep 29. 2021

제주도와 깐부가 되는 원도심 여행

미처 알지 못했던 로컬 집성촌의 공공연한 매력

정말 어쩌다 보니 제주에 가게 됐다. 우유부단한 나를 이끌어준 사람들 덕에 친구 따라 제주 간다. 오랜만에 공항을 찾았다. 한창 해외출장이 많던 시기엔 아프리카에 가도 감흥이 작았는데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니 제주도를 가는 것도 설렌다. 이번 여행도 근래 다른 여정과 비슷하게 제주에 터를 잡은 친구가 있었다. 그 덕에 이전에 미처 몰랐던 제주 원도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 글은 그 매력에 대한 짧은 기록이다. 



1.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점

책에서 보고 궁금했던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점(D&DEPARTMENT JEJU by ARARIO)의 d 식당의 제주정식은 단출한 구성에 가격이 18,000원이나 해 내심 놀랐다. 막상 식사를 마치고 나니 깔끔한 맛과 음식에 담긴 가치관에 공간이 주는 쾌적함까지 나름 합리적이라고 납득했다.

식사를 마치고 로컬 제품이 전시된 D&DEPARTMENT 구경도 둘러볼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제주에 어떤 로컬 기업과 비즈니스가 있는지 아주 조금은 가늠할 수 있는 곳이었다.


2. 마트로

거리로 나와 걷다 마주한 go!MARTRO, 마트로는 쨍한 하늘 아래 야자수와 어우러져 모습에 LA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 나중에 내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NGO 선배는 케냐 나이로비 같다고 하셨는데 진짜 그렇게도 보인다. 이국적인 매력이 있는 공간이었다. 


3. 에브라바디빈티지

머지 않은 곳에 위치한 에브리바디빈티지라는 구제 숍에 우연히 들어가서 구경했다. 옷에 큰 욕심이 없기에 사실 별 관심 없었다.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예쁜 옷이 많았고 친구의 추천으로 하나 샀다. 새로운 경험에 짜릿한 행복을 느꼈다.


4. 제주향노당제주성지

제주향노당제주성지, 제주성 터는 역사적 의미와 인스타그래머블한 포토 스폿 그리고 고즈넉한 산책로를 고루 갖춘 육각형 관광지였다. 독특한 성벽과 길도 기억에 남는다.




5. 김만덕기념관

거상 김만덕이라는 드라마가 한때 방영했었다.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어렴풋이 김만덕이란 인물이 당시의 낮았던 여성 인권에도 불구하고 구휼에 힘썼던 위인으로 알고 있었다. 무료로 김만덕이란 인물의 삶을 되돌아보는 전시를 보며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김만덕 선생님은 단순히 성공한 상인이 아니라 지역과 신분의 차별 등 당대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룬 성공을 나눈 진정한 거상이었다.


근처에는 있는 거상 김만덕 객주터도 조성되어 있다. 전시를 위한 공간과 주막으로 운영되는 공간이 같이 있어 신기했다.


6. 산지천갤러리

산지천갤러리는 외관에서 알 수 있듯 원래 목욕탕과 여관을 겸하던 금성장과 녹수장이었다고 한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지금과 같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다양한 전시가 이어지는데 내가 갔을 땐 굿을 취재했던 사진작가 김수남을 기리는 '사진박수 김수남, 사람과 삶의 기록을 남기다'와 제주를 주제로 여러 아티스트들의 연합 전시 '떠있는 섬'을 볼 수 있었다. 뜨거운 다큐 정신과 섬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공짜로 누렸다.


주로 잠시 머물거나 스쳐지나던 제주 원도심에 숨은 매력을 알면 알수록 왠지 이 섬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주에 와서 이렇게 원도심에 머무는 건 처음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볼거리가 많았다. 드물게 로컬의 에너지가 응축된 지역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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