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쿨수 Jan 22. 2022

산막이옛길과 함께 부른 당일치기 괴산별곡

오래된 친구들과 충청북도 괴산에서 보낸 짧고 따뜻한 하루

근래 부쩍 더 자주 보게 된 오랜 친구들과 어쩌다 보니 충청북도 괴산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가게 됐다. 고맙게도 서울에 사는 친구가 내려가는 길에 판교에서 태워주기로 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준비하고 버스로 이동했다. 어느새 자차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져 격세지감을 느끼며 친구 차에 얻어탔다.

2시간 정도 달려 괴산 산막이옛길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막이옛길은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이어지던 10리의 옛길을 복원한 산책로라고 한다. 괴산댐으로 조성된 근처의 괴산호도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다들 배가 고파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짚은목맛집에 갔다. 자연산 버섯전골, 돼지고기 두루치기, 도토리해물파전을 시켰는데 도토리묵무침을 서비스로 주셔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자연산 버섯의 강한 향과 독특한 질감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이 인상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산막이옛길을 걸었다. 길 초입에는 왜인지 토끼, 꿩, 닭, 공작 등이 한 우리에 갇혀있었다. 무력하고 비겁한 인간은 안쓰러움과 귀여움을 동시에 느꼈다.

청량한 공기와 소나무가 시작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탈까 했던 유람선은 강이 얼어붙어 운행하지 않았다.

배는 타지 못했지만 걸으며 바라본 강물이 영하의 날씨로 꽁꽁 얼어 묘한 절경을 이뤘다.

한참 걷다 보니 어느새 산막이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언덕배기에 얼어붙은 얼음을 보더니 미끄럼 타기 내기를 하자는 친구들...* 어른이들의 가위바위보에서 져 잠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셨던 노수신 선생이 유배됐을 때 지내셨던 괴산 수월정과 삼신이 내려와 목욕을 즐기다 미처 승천하지 못하고 바위로 남았다는 삼신바위를 지나 연하협 구름다리까지 갔다.

어느새 1시 30분이 다 됐다. 나름 호수 주민으로서 괴산'호'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심 기대가 적었다. 막상 오니 모든 존재는 이름과 별개로 개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맑은 공기와 하늘 아래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두 발로 만끽했다.

고마운 친구들과 옛길을 따라 거닐며 함께 걸어온 세월을 떠올리기도 했다. 강물이 얼어붙어도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지난 세월만큼(?) 이미 다들 지쳐 콜택시를 불러 2만 원에 산막이옛길 주차장으로 복귀했다.

카페인 충전을 위해 근처에 위치한 카페로 향했다. 동네 사랑방인 듯 어르신들로 자리가 거의 찼던 가리티커피에 들러 흑임자라떼를 테이크아웃했다. 잠시 머물렀지만 뷰가 좋았고 어르신들 덕에 뭔가 정겨운 분위기였다.

유명한 협동조합 자연드림에서 운영하는 괴산자연드림파크로 이동해 볼링장에서 게임비 내기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친 볼링이라 잘 치진 못했지만 즐겁게 누렸고 이겼다...!

들뜬 마음으로 바로 옆 고기가 가야할 길, 일명 고깃길이라는 식당에 가서 삼겹살, 목살, 밀면을 흡입했다. 어느새 다정한 가장이 된 친구가 섬세하게 구워줘 더 맛있었다.

어느덧 짧은 하루가 끝나 8시 좀 안되어 출발했다. 아쉬움을 달래며  추억의 노래를 열창하다 여행이 시작됐던 판교에서 내렸다. 때로 소원했던 시기도 있고 언젠가 지금보다 멀어질지 모르지만, 여태껏 함께해 온 친구들의 존재가 고맙고 소중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의 속도로 누리는 북한강의 가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