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쿨수 Feb 17. 2022

#5 2022.02.02

겨울 호수가 미리감치 선물한 봄기운

아직은 꽤나 싸늘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머니와 함께 호수 한 바퀴를 걸었다. 여전한 추위를 느꼈지만 호수는 벌써부터 봄을 맞을 채비를 마쳤는지 군데군데 녹아있었다. 계절의 발자취를 좇으며 바라다본 호수 위에는 출입이 금지된 사람의 발자국이 있었다. 심지어 올라가 있는 이들도 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위험을 감수하고 그 위에 오르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지, 남들이 가지 못한 신대륙을 밟는 느낌인지 궁금했지만 따라가고 싶은 길은 아니었다. 따로 하고 싶은 삶이었다. 

불편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한기를 머금었다. 그러다 문득 단단하게 얼어있던 빙판이 꽤나 많이 녹았다는 걸 깨달았다. 호수 언저리에 녹아든 봄기운이 옹졸한 냉소를 누그러뜨렸다. 사시사철 겨울 같은 삶에도 봄은 찾아온다. 계절은 왔다가 또 가겠지만 한동안 정든 겨울에 이른 아쉬움을 느낀다. 호수가 다시 얼어붙을 때쯤 나는 이 겨울이 먼저 선물한 봄기운을 떠올려야지. 호수 한가운데 한동안 정박했던 오리배들이 다시 물갈퀴를 놀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봄날을 꿈꾸며 산책로 위 기세 등등하던 작은 빙하들에게 늦지 않게 작별 인사를 전해야겠다

#4 2022.01.24

매거진의 이전글 #4 2022.01.2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