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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Mar 13. 2022

#7 2022.02.19

여전한 청춘 덕에 자연과 누린 아름다운 밤

한 주 내내 몸이 으슬으슬하니 미열, 근육통, 목의 통증을 느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괜히 더 불안한 마음으로 근처 보건지소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었지만 감기약을 먹어도 아침에 개운하지 않았다. 원래 잠을 푹 자는 편인데 몸살기에 맘살기가 겹쳤는지 몇 번은 꺼림칙한 꿈에 쫓기듯 깨어 앓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렇게 한 주를 평범한 듯 조금 힘겹게 보냈다. 헛헛함에 괜히 평소보다 과식을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런 가운데 자연스레 조금씩 매듭지어지는 것들도 있었다. 약간의 감사함을 느끼며 그럼에도 가시지 않는 속상함을 안고 오랜만에 호수를 찾았다. 마음먹고 늦은 시간에 나온 데다 눈이 펑펑 내릴 정도로 추웠던 하루라 유독 한산했다.

보통 고요한 호수를 걸으며 일상의 이런저런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곤 했다. 오늘은 일주일만큼의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무덤덤하게 주말이건만 오히려 미처 소화되지 못한 슬픔이 뜬금없이 범람했다. 왠지 독대한 호수가 나도 모르던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 같았다. 인적 드문 밤 홀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에게 맑은 하늘과 밝은 달, 심지어 세게 부는 찬 바람마저도 위로를 전해줬다. 절대적인 온도와 별개의 상대적인 온기를 깨닫고 간직해 본다. 눈가에 궁상맞게 맺힌 감정을 들숨과 날숨으로 기화하며 걸음을 이어갔다.

혼자 있을 때 보다 솔직한 마음을 헤아리며, 무언가가 해빙을 시작하는 걸 느꼈다. 어쩌면 모든 사람은 나름의 외로움을 감내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곁에 누군가 없을 때에도 삶을 채워주는 자연이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우리가 젊었을 때만 만날 수 있는 그런 밤이었다'라는 문장을 남겼다. 미처 몰랐지만 여전한 청춘 덕에 자연과 함께 누린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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