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여행기 #1
베를린. 20세기 초반 가장 진보적인 도시, 최악의 지도자의 최후가 담긴 공간, 20세기 후반 냉전의 시작과 끝. 이러한 역사를 반영하는 듯 베를린은 여타 다른 독일의 도시들과 다르게 자기 주장이 무척이나 강한 편이다. 그나마 독일스러운 점은 맛있는 식당을 찾기 어렵다는 점.
야간 이체에(ICE)를 타고 베를린 중앙역(Berlin Hbf)애 내리니, 독일스럽지 않게 사랑스러운 날씨가 나를 맞이했다. 슈프레(Spree)강을 건너면 바로 라히스탁(Reichstag)이라는 과거 명칭으로 잘 알려진 독일 의회의사당(Bundestag) 건물을 볼 수 있다. 방화 사건과 나치의 집권, 그리고 냉전으로 인해 방치되다시피 했던 이 건물은 동독과 서독의 재결합 이후 리모델링 되었는데, 유명한 글라스돔이 이때 만들어지게 된다.
어찌보면 약간 쌩뚱맞은 모습의 현대적인 유리돔의 모습은 외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으며, 내부를 들어가보면 투명한 유리 사이로 회의장이 보인다고 한다. 여기서 회의를 하는 의원들은 국민이 뽑아준 것, 즉 일반 시민들이 의원들을 내려다보도록 설계가 된 것이라고 한다. 투명한 돔과 내려다보는 시민들이 있는 의사당.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쌩뚱맞은 아무 역할도 안하는 돔을 올린 어느 나라의 의회 건물과 확실히 비교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에 자연스럽게 브라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로 향했다. 길을 따라 린덴 나무가 심어져있는 운터덴린덴(Unter den Linden)을 끼고 마찬가지로 독일의 많은 역사를 함께한 문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추모공간(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을 맞이하게 된다. 피터 아이젠만이 참여한 이 작품은 지상 조형물과 지하 기록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크기의 조형물과 불규칙적인 바닥. 이곳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해석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곳을 걸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고,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한 대답은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이후 이곳 지하에 위차한 무료로 운영되는 기록관에 향했다. 이미 일명 '제3제국'시절 나치 세력의 만행으로 인하여 수 많은 유대인들이 희생당한 점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익히 알고 있는 역사를 설명함과 더불어 희생자 개인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고 있는 내용의 편지, 죽음을 직감하고 절망에 빠진 편지 그리고 전쟁 전 행복했던 많은 가족들의 모습까지.
관람의 끝부분에서는 사람들의 이름이 반복해서 송출되고 있는데, 희생자들의 이름이라고 한다. 모두 호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년하고도 237일이 걸린다고 한다.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추모공간
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
전시 공간 운영시간 :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보안 검사 이후 입장 가능
무료 입장 / 오디오 가이드(유로)
* 구조물에 앉는 것은 괜찮으나, 구조물 위에 올라가는 것은 비매너 행위임. [욜로코스트; 시청에 유의]
추모 공간을 나와 과거 장벽의 흔적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을 볼 수 있다. 2차 대전 전까지 중심지였으나, 전쟁 이후 분단으로 방치되었던 이곳은 재통일 이후 베를린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중심지의 명성을 되찾았다.
독일 국철(도이체반)의 본사 건물인 반타워(Bahntower)와 우리나라 연기금이 두 배 시세 차익을 올린 투자의 명소 소니 센터 등의 유명 건축물이 자리잡고 있다.
점심 먹기 전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공포의 지형학(Topographie des Terrors)이다. 외부 전시와 내부 전시로 나뉘어져 있으며, 외부에는 '보존된' 베를린 장벽 중 가장 긴 구간과 함께 과거 비밀 경찰 본부로 사용된 건물의 일부가 남아있으며, 내부 전시의 경우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나치 세력의 집권과 이후 나치의 사조직이 어떻게 경찰 역할을 했는지, 권력을 위해 어떤 악랄한 일을 했는지 자세하게 전시되어 있다.
건물 주변의 조경이 상당히 삭막한 편인데, 이는 식물을 심어 땅을 덮게 된다면 이곳에서 행해진 과거의 잘못을 덮는 형태가 될 수 있기에 콘크리트와 돌을 사용한 조경이 이루어 진 것이라고 한다.
(계속)
공포의 지형학
Topographie des Terrors
전시 공간 운영시간 : 10:00 ~ 20:00
무료 입장 / 무료 오디오 가이트(개인 휴대폰 활용)
번외편 : 체크포인트 찰리와 사천국수
1. 체크포인트 찰리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들은 바가 있어 각오(?)하고 갔음에도 생각보다 별 볼일 없는 사이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이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가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 반면 주변에 위치한 사천국수집 '리우 누들하우스'는 엄청난 맛집이었다. 현지인들이 줄 서서 먹는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자 한다면 꼭 현금을 챙겨가도록 하자. 평일에도 사람이 많았으나, 회전률이 좋아서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국수에 재료로 고기를 선택할 경우 가격은 15유로 정도로 저렴하진 않다.
3. 생각보다 날이 더워서 차가운 커피가 생각이 났다. 독일에서 일명 '아이스커피(Eiskaffee)'는 우리가 생각하는 얼음 동동 커피가 아니라 '아이스크림 + 커피'인지라 주변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직원은 나를 보자마자 "아이스 아메리카노지? 사이즈는 뭘로 줄까?"라고 하며 딱 보면 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스벅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