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의 일정을 마친 우리 일행의 다음 목적지는 잘츠부르크. 아침에 도착해서 알찬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고자 했으나, 기차의 가격이 상당했다. 오스트리아 국철에서 운행하는 레일젯 계열의 기차들의 가격이 상당했던 것. 그래서 웨스트반이라고 하는 사철 업체의 기차를 이용하게 되었다.
2010년대 처음 설립된 웨스트반은 잘츠부르크를 중심으로 정부 소유의 ÖBB의 경쟁 상대라고 한다. Haselsteiner 가문과 이와 연관된 회사가 대다수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재밌는 점은 오스트리아 정부 지분은 하나도 없는데, 프랑스 국철(SNCF)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점이다.철도 나폴레옹
주식 이야기는 그만하고, 사철인 웨스트반의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일부 찾을 수 있었으나, 주변에서 이 기차를 타봤다는 사람이 없어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예매를 했다. 예매 기간 및 구간 수요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가 예매한 시점에서는 ÖBB의 기차들보다 월등히 저렴했기에 예매를 진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웨스트반의 기차는 훌륭했다. 우선 첫 번째 장점은 바로 좌석 지정이 무료다. 어느 회사라면 낭낭하게 두당 5유로 뜯기고 시작하는 좌석 지정을 무료로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며, 또 다른 장점으로는 취소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있다. 취소 가능한 비싼 표를 구매해야 겨우 부분 취소가 가능한 어느 회사랑 비교가 되는 점이다.
아무튼 탑승을 해서 지정된 자리로 가서 앉아 있으면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체크인을 한다. 이때 탑승권 QR(구글 월렛 등 가능)을 제시하면 된다. 인조 가죽 좌석은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었고,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포근한 직물 시트도 좋지만 어느 날 기차에서 이곳 사람들이 신발을 신은 채 맞은편 좌석에 다리를 올리는 모습을 본 이후로는 이러한 가죽 시트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참고로 모든 웨스트반 열차는 빈 중앙역이 아닌 서부역에 정차를 한다. 이용을 하고자 할 경우 이 점 참고하여 여행 일정을 세워야겠다.
도는 하얀 도화지
아름다움과 음악의 도시
잘자흐강(Salzach) 주변과 미라벨 정원(Mirabell)
잘츠부르크(Salzburg)의 이름에는 실제로 소금(Salz)이 들어가는데, 도시가 소금을 판매하는 무역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은 이러한 소금 무역의 중심 통로였고, 그래서 소금이 흐르는 강, 잘자흐(Salzach)가 되었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모로코 출신의 친구 L과 만났다. 원래는 L과 만나 잘츠의 이곳저곳을 둘러볼까 하고 있었으나, 우연히 다른 한국에서 온 친구들과 일정이 겹치게 되었고, 우리는 미라벨 궁전에서 만나 날 좋은 잘츠부르크를 즐기게 되었다.
미라벨 궁전의 이름은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했는데, mirabile(놀라운)과 bella(아름다운)의 합성어라고 한다. 소금 장사로 떼돈을 번 대주교의 연회장이었던 공간은 지금도 여러 행사에 사용되면서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궁전만큼이나 유명한 정원은 바로 뒤에 펼쳐진다. 바로크 양식을 따른 정원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색과 역동성을 지닌 바로크 시대 특유의 느낌을 여러 요소를 통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정말로 아름다웠다.
좋은 날씨, 좋은 풍경 그리고 좋은 친구들까지. 아름다운 정원에서의 즐거운 시간은 뒤로 하고 서로의 일정을 향해 나아갔다. 우리 일행끼리도 서로 원하는 여행 콘셉트의 차이가 있었기에, 저녁 먹기 전에 만나기로 했다.
이후 강을 건너 모차르트 생가로 향했다. 이곳에 입장한 이후 한국인인 점을 티를 내면 어디선가 나이 지긋한 직원분이 한국말로 말을 걸어주신다. 모차르트 관련한 간단한 이야기와 더불어 모차르트의 곡을 쉽게 찾는 법, 그리고 쇼츠를 통해 감상하는 모차르트 음악(본인 유튜브라고 하신다 ㅋㅋ) 등 잠깐이지만 열정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모바일 앱으로 제공되는 가이드 투어를 통해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따라갔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앱이 무겁고 오류가 많아서 음성 가이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에는 다시 잘자흐 강으로 향하여 무턱대고 걷기 시작했다. 잘츠부르크가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에 대충 더 이상 길이 나오지 않는 곳까지 걷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면서 걸었고, 잘츠부르크 성당 앞 광장에 모여 노을이 지고 있는 잘츠부르크를 보기 위해 호엔잘츠부르크 성(Festung Hohensalzburg)을 오르기로 했다.
이름부터 Hoch- 즉, 높은의 뜻을 가진 단어가 붙은 성답게 올라가면 잘츠부르크의 모습이 한눈에 담긴다. 언덕을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탈 수 있는데, 우리는 일정 상 잘츠부르크 카드를 구매하지 않았기에 그냥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푸니쿨라 탑승장 옆쪽으로 보면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15-20분 소요.
잘츠부르크 카드
시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박물관 2개 이상 + 대중교통 + 푸니쿨라를 모두 이용할 경우 잘츠부르크 카드를 구매하는 편이 이득으로 보입니다. 다만 잘츠부르크가 생각보다는 작고 걸어 다닐 만 하기에 본인 일정에 맞게 설계하면 되겠습니다.
잘츠부르크 성 관람
박물관과 파노라마 전망대를 보고자 하시는 분들은 입장 시간을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풍경이 주 목적인 경우 굳이 전망대까지 입장할 필요는 없어 보였습니다.
간단히(?) 한 잔 걸치고 올라가는지라 경사가 좀 가파르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뷰 포인트에 도달했을 때 힘든 느낌은 싹 사라졌다. 노을이 지는 즈음의 잘츠부르크의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저녁 복귀 기차시간이 다가왔기에 해가 지는 잘자흐 강을 걸으면서 오스트리아의 빛과 소금, 잘츠부르크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