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에 전해지는 무심한 듯 다정한 사랑

by 홍선영

매주 놓치지 않고 본방사수하는 예능이 있다. 나는 솔로라는 예능이다. 미혼남녀가 모여 사랑을 찾는 과정을 즐겁게 보고 있다. 때론 사랑에 진심인 젊음을 부러워하면서.


오늘은 병원에서의 3일 차를 보내고 있다. 사과가 먹고 싶었다. 병실에서의 답답함이 한입 베어문 사과 사이로 퍼지는 상큼함에 사라질 것 같았다. 이때 남편의 전화가 울렸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사과가 먹고 싶어"

"저녁에 가져갈게"


퇴근 후 바로 병실로 온 남편의 손에 도시락 가방이 보였다. 남편은 사과 3개, 귤 2개, 랩으로 고이고이 싼 과일칼을 꺼냈다. 퇴근 후 바로 올 것을 생각하고 아침에 회사로 가져간 모양이다



"접시가 없어서 어쩔 수 없네."

라며 남편은 거칠게 과일칼로 사과 한 알을 몇 번 돌려 깎았다. 그리고 접시가 없으니 손에 들고 먹으라며 전했다. 사과 한 알을 손에 쥐고 와사삭 베어문 게 언제 적이었던가. 덕분에 사과의 시원함과 함께 어린 시절 동심도 소환되어 행복한 감정이 흘렀다.


남편이 내게 해준 사과 한 알의 이벤트는 나는 솔로의 그 어떤 커플들의 이벤트보다 큰 감동이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남편은 나와 함께한 16년 동안 늘 이러했다. 거칠게 몇 번 돌려 깎은 사과 한 알처럼 표현이 화려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다정함이 있다. 내가 말했던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들을 기억하고 언제가 되어도 이루어주는 듬직한 사람이다.


16년 동안 남편은 이렇게 소소한 이벤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주었는데 깨닫지 못한 시간이 아쉽다. 따뜻한 햇살같이 아름다운 시간을 평범하게 여겨 애석하다.


병원에 있으면서 남편과 나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니 일상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16년 차 부부의 사랑은 사과 한 알에서 전해지는 무심한 듯 다정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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