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나는 병상에서 보내고 있다. 연말의 흔한 관심사였던 연예대상 소식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료한 병상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
예정된 수술이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직접 마주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벅찼다. 이틀 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던 시간. 그리고 도움을 받아야 상체를 일으킬 수 있었던 과정은 다시 직면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어울리지 않게 이 시간 찾아온 희열도 있다. 수술 이틀 후 열어본 휴대폰. 그 안에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때의 감정은 마치 어린 시절 부모님이 숨겨둔 크리스마스 선물을 처음 손에 쥐었던 순간 같았다.
예상치 못했던 선물이어서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수술하는 오전 9시부터 성당 레지오분들과 저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시어머니. 오전 8시 50분에 안나가 곧 수술하니 기도를 시작하자는 성가대 단원분들. 그리고 구역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12월 29일 오전 9시를 나를 위한 기도의 시간으로 베풀어 주었다.
너무나 큰 감동이었다. 타인을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정성의 시간을 내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병상에서의 아픔은 있었지만 감사의 손길이 내겐 큰 치유가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사랑 넘치는 분들과 함께 살았구나. 생각하며 나의 삶을 격려해 본다.
한편으로는 받은 것에 비해 인색한 나를 반성한다. 많이 받은 만큼 베풀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해 본다.
병상에서 보내는 12월 31일이 감사의 손길 덕분에 기쁨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