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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영 Jan 03. 2023

약한 승자가 갈등을 해결한다.

갈등해결은 강한 승자가 아닌 약한 승자가 되어야 한다.

  오랜만에 페이스북을 열었다.  연락 뜸한 친구들 소식을 접할 수 있으니 가끔 확인해 본다. 결혼 후 한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연락은 주고 받는 친구의 일상 사진에 시선이 멈췄다. 주차장 입구에 불법 주차된 차량 사진인데 아침 출근길에 무척 흥분한 감정이 글자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불법 주차 차량은 아파트 주차장 입구를 가로 막고 있었다. 주차장은 내려가는 길과 올라가는 길이 함께 있는 왕복길이고 차는 그 길에 가로로  서있었으니, 주차장 입구로는 어떤 차도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멈춰야만 했다.


 흥분한 친구의 글을 읽어보니 주차 구역외 주차로 차량 앞 유리에 붙은 불법주차금지 스티커에 대한 항의였다.  아파트 주차 자리가 부족하다보니 늦게 귀가하는 차는 주차 구역외에 주차 할 수 밖에 없다. 주차 요금을 내고도 아파트에 주차하지 못하고 거기에 불법주차금지 스티커가 떡 하니 붙은 현실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 주민 모두 같은 돈을 내는데 자신에게만 불 이익을 준다는 불공정이 더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자신의 불만을 이렇게 아파트 전체 주민의 불편을 담보로 해야 하는가? 과연 이 행동이 대화를 하자는 건가? 자신의 분풀이를 한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 사진과 함께 어제 저녁 문자 메시지가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장애인차별연대의 불법시위로 삼각지역이 무정차 통과한다는 안전안내 문자. 이 문자를 받고 이제 불법시위로 규정되고 대화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되었구나를 실감했다. 잠시 후 불법 시위가 종료 되어 삼각지역에 정차 한다는 문자도 안내 받았다. 무정차 통과라면 무시의 행동이다.  이런 방법으로는 대화를 할 수 없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나 갈등은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약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강경한 행동을 한다. 불법주차 운전자의 행동이 그렇다. 다수가 아닌 소수의 약자라고 해서 불법 주차가 정당한 행동으로 인정 받을 수는 없다. 갈등 상황에서 이기려고 하면 오히려 승자가 없다. 이렇게 서로 감정이 상하다 보면 대화없는 깊은 갈등만 반복된다.


 갈등 해결을 위해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기는 것만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갈등 해결의 최종 목적지가 양자 모두 만족하는 합의라면 대화가 가능하다.  이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대화는 없고 강경한 주장만 있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든 강하게 이겨야 갈등이 해결된다.


  합의를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강한 승자가 아니라 양쪽이 만족하는 약한 승자가 있어야 한다. 쌩뚱 맞을지 모르겠으나 이 순간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 살것이다." 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이 떠오르는 건 무슨 조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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