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었음을 실감할 때.. '펌이 어울리다니'
평생을 생머리로 살아왔다. 중간에 웨이브를 할 때도 있었지만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풀었다. 한마디로 안 어울렸다. 분위기에 변화를 주고자 펌을 하면 늘 지적을 받았다.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안 어울려요"
정 많은 주변 분들의 솔직한 반응은 한결같은 생머리 단발을 고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06년 강사 과정 수업을 들으며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자르고 단발로 스타일을 바꾸었다. 미용실의 권유로 웨이브 파마를 하고 아카데미로 향했다. 그날은 스피치 수업이었는데 카메라 촬영 후 스피치를 분석해 주셨다. 전직 아나운서 출신의 카리스마 있으신 원장님의 피드백을 받았으니 개인적으로는 무척 설레는 수업이었다.
이날 난 잊지 못할 놀라운 피드백을 2개 받았는데, 첫 번째는 스피치 능력이 뛰어나다는 피드백이다. 아나운서 수업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정확한 발음과 스피치를 구사한다는 것이 대단하다며 어떤 연습이 있었는지를 질문하셨다. 별다른 노력 없이 살았는데 노력형이라는 칭찬까지 들었으니 더더욱 놀랍다. 두 번째는 원장님의 이미지적인 피드백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말 하기가 어렵긴 한데.. 펌이 안 어울려요. 목소리랑 이미지가 안 어울리니 헤어스타일을 바꾸어 보세요."
오늘 낮에 한 머리라 어색했나?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도 여러 모임에서 헤어스타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생각해 보니 그 당시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안 어울린다던 웨이브였는데, 이젠 거울을 보면 살짝 구부러진 웨이브가 생기 있어 보인다. 생머리 단발을 하면 얼굴이 그늘져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이 들었음을 실감한다. 나이가 들수록 볼에서 머리카락이 살짝 부풀려졌을 때 주름이 잘 안 보인다. 생머리는 주름이 더욱 부각되어서 늙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젠 펌이 어울리다니, 나이 들었음을 실감한다. 새로운 스타일의 헤어가 잘 어울리 듯 인생의 새로운 스타일 변화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나이가 되었다. 인생의 변화는 그렇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