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육아에 대한 생각
훈육을 교육학용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훈육[ 訓育 , discipline]
단체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 요청되는 여러 가지 바람직한 습관을 형성시키거나 규율위반과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교정하는 것
- (교육학용어사전/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1995)
즉, 훈육이란 아이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육아를 하는 데 있어 어려워지는 부분이 올바른 훈육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바른 습관을 길러주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을 인내를 갖고 가르쳐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훈육의 과정은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훈육이 어려운 이유는 아이가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하게끔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끔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고, 올바른 행동을 하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지요.
저희는 첫째와 둘째를 키울 때 아이들에게 영상노출을 최소화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집에 텔레비전을 없앴습니다. 그 부분에는 아내와 서로 뜻이 맞았던 터라 결혼할 때부터 텔레비전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자기기와는 완전히 분리를 할 수가 없더라고요. 집에 있는 월패드와 터치가 되는 각종 전자 기기들, 가족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은 아이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손가락 터치 몇 번만으로 화면이 휙휙 하고 변하니 얼마나 신기할까요.
유튜브나 영상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전자기기를 조작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핸드폰으로 아이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주면 관심을 가지고 만지려고 했거든요.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은 괜찮겠지 하면서 몇 번 보여주었던 것은 다른 것으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이제 첫째는 배경화면도 알아서 바꾸고, 계산기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메모 앱에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계속하려는 아이와 이제는 그만하게 하려는 부모가 서로 씨름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아이와 약속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전자기기는 15분만 할 수 있다. 엄마와 아빠가 정해준 시간만큼만 할 수 있다고 약속을 정했습니다. 합의라기보단 통보였습니다. 몇 번의 실랑이가 있은 후 아이와 약속이 지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하는 동안 옆에 앉아서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전자기기를 만지고, 15분이 지났다고 이야기를 하면 전자기기를 돌려주었습니다. 어떤 날은 조금 더 하고 싶다고 떼를 쓰기도 해서 1~2분 정도 시간을 더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시간을 정하니 아이도 더 이상 크게 떼쓰지 않고, 큰 감정싸움 없이 규칙을 지켜나갔습니다.
계속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 정말 어렵고 기가 많이 쓰이는 일입니다. 어른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또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까요?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긍정의 훈육(에듀니티/제인넬슨/2016)> 책을 보면 훈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요소로 4가지를 이야기합니다.
1. 소속감과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
2. 가능성에 대한 인식(자립심)
3. 개인적 역량과 자율성
4. 사회생활과 일상생활 기술
이 모든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한 느낌입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어렵더라도 해볼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부모가 되었으니까요. 내 자녀가 어른이 되어 이 세상을 살아갈 때 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공동체에 공헌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 합니다.
가끔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심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책의 이 문구가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무조건적인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두고 있고, 아이가 그것을 알고 있다면 부모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 <긍정의 훈육(에듀니티/제인넬슨/2016)>
그래. 충분히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