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그만두면서 결심한 것이 최소 한 달은 무조건 푹 쉬는 게 나의 소원이었다.
백화점 판매사원이 보이는 것처럼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힘에 부치는 노동력을 요구할 때가 많아 체력이 약한 나는 버거울 때가 많았다.
이 곳 직원들은 흔히 막일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니 내 병력을 아는 지인들과 가족들은 나를 대견(?)하면서도 안쓰럽게 여겼다.
눈물, 콧물 쏟으며 때론 오기로 버티던 것도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터지니 인원 감축하는 매장이 늘어났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여러 명의 몫을 감당해야 하니 힘에 부쳤다.
대안은 없었지만(1년 치 적금이 전재산)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고 잠시 쉬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볼 요량으로 그만두었다.
제대로 된 휴식기를 갖는 것이 내 계획이었는데 (여행도 가고, 못 만난 친구들도 만나고) 하필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어 단계가 격상되니 다 비대면 모드로 전환 분위기다. 며칠은 아니 하루는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빈둥거리다 보냈고 한 사흘은 옷장 속의 옷 정리, 앨범 정리, 그릇 정리 등 살림 정리하다 보니 지나갔고~
어영부영 일주일은 보냈는데, 그다음부터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름 혼자 놀기의 고수인데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실생활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다. 거의 집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소중한 휴식기를 아깝게 흘러 보낼 것 같은 안타까움이 들었다.
집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대신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애써 올빼미형 인간에서 아침형 인간으로 전환하느라 1년 넘게 고생했는데, 생활 습관을 무너트리기 싫었다.
기상, 취침 시간 출근했던 때와 비슷하게 유지하기. 아침 꼭 챙겨 먹기. 매일 동네 한 바퀴 돌기~~
거창하게 정하면 지키기 힘들고, 지키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실망할 것 같아 딱 세 가지 규칙만 정했다. 원칙주의자는 아니지만 요즘의 내 몸과 맘의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심이 컸다. 건강을 잃어보았기에 그것이 지닌 소중함을 나는 더 잘 알았다.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들을 지키고 몸을 부지런히 놀려도 자가격리(?) 상황 속에 혼자서 집에서 지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손님을 맞이한다. 그것은 '외로움'
당황스러웠다. 혼자는 꽤 익숙했는데... 8년 전에 이혼했지만 결혼생활 중 별거기간이 길었던 탓에 난 혼자였던 시간이 많았다.
나도 늙나 보다...
명절 땐 나를 희생해 친구들을 약 올렸는데...
일찍 남편과 사별한 친구에게 외로움에 대해 묻고, 털어놓는다. 내 예상대로 명석한 그녀는 어차피 인간은 절대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고, 내가 이렇게 외롭다고 얘기할 상대가 있다는 것은 절대 고독의 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나는 맞는 말이라고 깔깔대고 웃었다.
그래 혼자 지내면서 이성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가끔 나를 보러 오는 아들은 엄마 남자 친구 만나라고 웃으며 말할 때도 있지만... 글쎄다...
그렇다고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이 없어질까?
몇 시간째 음악을 듣는다. 난 참 재미없는 구식 사람이다. 어디 밖에 다니는 것도 안 좋아하고 차 마시는 거 아니 정확히 커피 좋아하고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 그렇다고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니다. 대중가요, CCM(기독교 음악), 클래식 소품을 즐겨 듣고 그 안에서 치유받는다. 하루에 오가는 장르도 다양하다. 그냥 몇 시간씩, 하루 종일 듣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오늘은 오전 내내 드뷔시의 달빛, 신용재의 첫 줄ㆍ줄게, CCM 가수 히스 윌의 광야를 지나며를 들으며 행복해하고 있다.
둘이서 가능한 일이 있고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 일장일단이 있겠지~
아주 가끔 흔들리지만 ㅋ 그냥 난 지금의 내가 좋다. 오랜만에 맛보는 건강한 심신의 상태가 행복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는 호사는 오롯이 혼자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그래 은경아 부러우면 지는 거야. 혼자라도 괜찮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