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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Nov 22. 2020

달고나

 각양각색의 디저트가 넘치는 시대, 요즘의 아이들은 먹거리가 풍부하다. 나는 단맛을 즐겨하지 않지만 가끔 보기에도  입에서 살살 녹을 것 같은 -비주얼 최강의-디저트를 보면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 사 먹고는 금세 높은 열량 때문에 후회를 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나도 한때는 고것들을 탐닉한 적도 있었지만 얼마 못가 극강의 단맛에 질려버렸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은 1970년대 중ㆍ후반이었다. 도시락에 쌀밥 대신 30% 이상 보리가 섞인 밥을 선생님이 검열(?)하던 시대, 몽당연필에 볼펜대를 끼워 쓰던  모든 게 근검절약해야 살 수 있는 가난한 시절이었다.

 그러니 우리들의 간식거리는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가끔 부모님 눈을 피해 맛보는 학교 앞 문구점, 동네 구멍가게에서 파는 불량식품을(?) 맛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참 아이들의  먹거리 떡볶이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근처엔 떡볶이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져서 상권을 이루고 있었다.

 어쩌다 부모님께 용돈을 탄 날에는 주문과 동시에 즉석으로 조리돼서 나오는 떡볶이 맛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어릴 적 내가 제일 좋아하던 맛은 단맛이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아이들에게 단맛은 큰 유혹이었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허락하지 않으셨고 특별한 날에나 허락되는 별식이었다.

 사탕이나 초콜릿 등이 귀하기도 했지만 나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학교 앞서 먹던 달고나가 더 좋았다.

 잘 달궈진 연탄불 위에 다 찌그러진 양은 국자를 얹고 백설처럼 고운 설탕을 타지 않게 잘 녹여 적절한 타이밍에 소다를 넣어 부풀리게 한 뒤 쇠판에 쏟고 모양 틀을 찍는 걸로 완성되는 것, 그것을 우리는 달고나라 불렀고 학교 파하는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십원이면 달고나를 백 원이면 막 나온 콘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사 먹던 시절, 왜 그리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는지... 종종 어린 나는 먹고 싶은 간식을 참아내고 내가 가진 돈의 전부를  걸인들에게 주고 마음만은 부자가 되어서는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학교 앞 달고나 파는 노점상인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한 학급에 60명 정도의 과밀 학급에 한 학년 열반 정도니 , 그 수요에 맞춰 여러분들이 아이들 상대로 장사를 하셨다.

 나는 단짝 친구들과 젤 연로하신 할머니에게  거의 매일 달고나를 사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의 단골집인 셈이다.ㅎㅎ

 단골집에 대한 충성은 어느 날 방과 후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서 직접 아이들과 학교에서 멀지 않은  할머니 댁으로 찾아가서 친구들과 깔깔대며 연탄불에 달고나를 기어이 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은 빠르게 흘렀고 점점 나와 친구들은 아이에서 소녀로 성장했다. 경제의 빠른 성장만큼 우리를 매료시킬 달콤한 간식거리는 점점 다양하게 진화했고 우리는 할머니와 달고나를 까맣게 잊어갔다.


 즐겨 가는 카페의 사장이자 친구인 명희 씨가 음료 잔을 내게 내민다. 그녀는 신 메뉴  출시 전 손님들에게 시음하고 평가를 부탁하곤 한다.

 흡사 라테 같은데... 어디서 본듯한 익숙한 빛깔의 조각들이 잘게 음료 위에 떠있다.

 맛을 음미한다. 달달하고 쌉싸름한 맛이 혀끝에 녹아든다.

  "라테에 시럽 대신 달고나를 넣으면 어떨까요?"

 "제품으로 선 보이려고 달고나를 사놓았는데... 어느새 내가 다 먹어버렸네요. "

  

 요즘도 학교 앞  노점엔 달고나를 파는 상인들이 있다. 그러나 연탄불도 양은 국자에 설탕을 태울까 간장을 졸이며 하던 그때의 아이들도 없다.

 풍요로운 시대,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어떤 맛을 기억하게 될까...


 난 단맛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조카가 하굣길에 사 오는 달고나는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얻어먹는다.

 마냥 단맛만 아닌 그 안에 담긴 소다의 쓴 맛이 내 인생길을 닮았다.

 눈을 감는다. 학교 앞 친구들과 옹기종기 불 앞에 앉아 설탕을 젓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푸근했던 우리네 단골집 할머니도 떠오른다.


 눈물이 핑 도는 황혼 녁에서 추억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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