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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Jul 02. 2021

건강한 인생을 위한 도전.

 오늘도 하늘이 끄물끄물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다. 가뭄 걱정은 없어 다행인데 매일 흐린 날에 하루 걸러 한 번씩 내리는 비가 영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편두통이 있는 내게 기압이 낮은 날은 두통이 빈번하게 찾아오는 골치 아픈 날이기 때문이다. 요즘 식단과 생활습관 관리를 잘하고 있는 덕에 극심한 통증은 덜해 예전에 비해 살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투명한 햇살이 반짝이는 맑은 날이 -없던 기운도 생기고 훨씬 좋다.

 오늘은 명희 씨 카페에서 좀 오래 머물렀다. 쓰려는 글은 오늘따라 도무지 진도도 안 나가고.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인터넷 검색만 눈이   빠지게 하다 시간을 보니 1시가 조금 넘었다. 여기서 버스로 15분 거리의 정신과로 우울증 약을 처방받는 날이라 가방을 챙겨 카페에서 나와 정류장으로 향한다. 아침 집에서 나올 때 우산을 챙기길 잘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느긋하게 우산을 펼쳐 든다.

 

 병원 대기실에 오늘은 운 좋게도 사람이 별로 없다. 예약제로 운영이 되어도 거의 4,50분 대기는 기본인데 내 앞에 대기인원이 두 명밖에 없다. 십 분쯤 기다리니 내 이름을 간호사가 부른다. 진료실 문 앞에 잠시 서서 노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평소에도 상냥한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정하다. 어깨를 으쓱하며 덕분에 잘 지냈노라고 선생님의 질문에 웃으며 답한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기분에는 그런 거 안 먹어도 씩씩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생님은 여전히 약을 끊고 싶다는 나를 만류하신다. 세 번째 재발이 2년 전 일인데도 선생님 보시기에는 아직 내가 위태로워 보이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은 무조건 약을 줄여 달라고, 나 지금 괜찮다고 한참 때를 쓰니 난감해하시더니 수면제부터 차츰 끊어 보자 하시며 용량을 반으로 처방해 주신다.

 

 지금의 나의 컨디션은 근래 들어 가장 좋다. 잠을 쉽게 못 드는 것이 조금 걱정은 되지만 언젠가는 끊어야 될 약이라 생각한다. 약을 끊고 싶어 체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생활습관 식단관리를 철저히 두 달째 이어 오고 있다. 물론 평생 나를 따라다니는 편두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생활관리였는데-편두통은 완치가 불가능한 난치성 질병이라 철저한 수면관리, 식생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일상의 소소한 습관들을 바꾸니 몸의 변화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규칙적인 기상과 취침. 가공식품 먹지 않기. 저녁 6시 이후의 식사나 간식 야식 금지. MSG의 섭취를 피하기 위해 되도록 외식 안 하기. 몸을 수시로 움직이고 하루에 2L 이상의 물 섭취. 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 평소 사람들이 흔히 간과할 수 있는 작은 규칙부터 실천하다 보니 몸의 상태가 좋아지고,  몸이 좋아지니 마음의 여유로와지고 긍정적으로 바뀌는 기적을 체험했다. 왠지 이번엔 계획대로 약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마구 샘솟는다. '난 할 수 있어! 잘할 거야. 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와 부담은 갖지 말고... 차근차근 한 걸음씩 하면 되지... '



 사실 10년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 먹던 약을 줄이는 일은 결심만큼 쉽지도, 간단하지도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평생 약을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변화가 필요하다. 약의 의존도가 커서 조금은 걱정이 앞서지만 매일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우울증 약과 수면제 없이도 생활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시작이 반이라고 나는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마무리하기 위해 강력한 루틴의 힘이 필요하다.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몸이 편해진 것인지 아니면 건강에 자신이 붙으니 마음이 느긋해진 것인지 그 선후야 모르겠지만 그 둘이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구든지 당연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오랜만에 조카들과 동생에게 매콤한 제육볶음에 뭇국 그리고 도토리묵무침을 저녁으로 해줬더니 아이들과 동생이 환호하며 맛있게 잘 먹는다. 음식 하는 사람의 보람이 누군가 내가 만든 음식을 맛나게 잘 먹는 것을 보는 일이다. 행복한 미소가 입가를 맴돈다.

 



 고즈넉한 시간, 나를 만나는 시간이 찾아왔다. 하루 바쁘게 부지런히 움직인 내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한다. 건조대의 빨래를 걷고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이제 오롯이 나를 마주 대하는 시간. 하루 중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기분 좋은 나른함이 몰려오고 오늘도 감사한 일들을 떠올리며 감사일기를 적는다. 이상하게도 감사할 일들을 찾기 시작하니 감사할 일들이 내게 찾아온다. 어느새 마음의 부자가 된 모습을 발견한다.

 잠들기 전 주문을 외운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그다음 날이 더 행복하고 충만할 것을 믿는다. " 나를 신뢰하며 하루를 마감하며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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