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후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카페 상호명이 '꿈꾸다'이다. 내 친구 우명희 씨가 운영하는 작고 창이 예쁜 카페. 처음엔 카페 사장과 손님으로 인사를 주고받다 자주 마주치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동갑내기인걸 알고 내가 먼저 친구 하자 덥석 손 내밀었다.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인데도 명희 씨는 내 맘에 쏙 들게 인상 자체가 선함 그 자체였고 몇 달 지켜보다 보니 나한테는 절대 없는 추진력, 결단력까지 갖춘 멋진 친구이다.
최근 얼마 전까지 난 백화점 여성의류 판매사원으로 1년간 일을 했다. 옷을 워낙 좋아하는 난 재미있게 일을 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한 달 전 그만두었다. 일은 그만두었지만 1년 동안 아침형 인간으로 탈바꿈한 생활태도가 무너질까 무조건 출근 준비하던 시간에 기상해서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명희 씨의 카페에 가는 게 어느새 일상이 돼버렸다.
커피를 마시고 뉴스를 검색하고 책을 읽고 페이스북 활동을 그리고 서툰 글을 쓴다. 가끔 눈을 들어 창밖을 본다. 이렇게 카페에서 매일 내 단상들을 기록하고 있으니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생각난다. 그녀도 이혼 후 어렵고 가난한 시절에 이렇게 카페에서 해리포터를 구상하고 글을 썼다고 들었다. 물론 나와 비교도 할 수없이 필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그녀였지만 나도 그녀를 롤모델 삼아 내 글을 읽고 용기와 희망을 갖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중학교 때, 국어시간에 자기의 꿈을 발표한 적이 있다. 나의 꿈은 패션 디자이너였고, 자선 사업가였다. 아이의 똘똘한 눈빛이 떠오르는 것 같다...
오늘은 양쪽에 큰 쇼핑백 두 꾸러미를 챙겨 카페에 들어갔다. 요즘은 시간이 많이 남으니 책도 읽을 시간도 많고 안 쓰고 쳐 박아 놓은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좋다. 어느 작가가 한 말이 기억난다. 50 이후엔 물건은 뺄셈 , 마음 은 덧셈하라는 말~~ 삼일에 걸쳐 물건들을 정리하여 삶의 부피를 줄였다.
난 물건을 소중하고 깨끗하게 다루는 걸로 유명하다.(?)ㅋ 특히 남에게 나눠 줄 물건은 최상의 것, 가장 좋은 것으로 골라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난 부자가 아니다. 가난에 속해 있지만, 내가 가진 것에서 아끼는 것을 지인들에게 줄 때는 부자가 되는 것 같다.
명희 씨에게 쇼핑백에 담긴 물품들(가방, 지갑, 시계, 의류 등)을 꺼내 놓았다.
명희 씨는 명희 씨가 다니는 교회 지인들에게 내가 기증한 물품들을 팔아 구제헌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맨날 타인들의 베풂과 사랑으로 여기까지 온 나이지만 나도 오늘은 조금은 나눌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인생의 반을 훌쩍 넘기고 철이 드는 걸까... 아직 패션 디자이너도 자선사업가의 꿈도 못 이뤘지만... 인생에서 꼭 '무엇이'된다는 것이 뭐 대수일까? 결국 '어떻게' 사는 게'중요한 것 아닐까?
그동안 나를 배려해주고 살펴주신 여러 지인분들의 사랑을 나도 나 보다 아프고 소외된 이웃에게 흘러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카페 일이며, 집안 살림, 신앙생활, 구제 활동... 늘 열심히 사는 친절한 명희 씨~~
그녀를 닮고 싶다. 그래서 나는 다시 꿈을 꾸고 용기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