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조카가 여러 명 있지만 유독 정이 가는 아이가, 유준이다. 아들 하나 있는 내게 유준이는 또 다른 막내아들 같은 조카이다. 물론 직장 다니는 동생을 대신해 아기 때부터 돌봐준 것도 있고, 특별히 태어나기 전 직접 동생이 태어날 조카 이름에 대해 내게 자문을 구해- 고심 끝에 완성한 이름 유준, '이유준'
내가 그 아이의 평생을 따라다닐 이름을 지어줬으니 보통 인연은 아니다. 이성적인 제 부모보다는 감성적인 나를 많이 닮은 작고 여린 아이. 성격도 붙임성이 많고 사랑을 많이 표현하는 스타일이라
''이모 사랑해요.''는 기본. 잘 안기고 뽀뽀도 잘해주고...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도 가끔 문자로 이모 사랑해요라고 하트와 함께 메시지 보낸다.
사랑이 많은 아이-동생네 집에서 간식을 만들고 유준이 하교시간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면 이모하고 달려와 안기고 들꽃을 주기도 했고...
유치원 다니던 시절엔 지엄마 퇴근하면 내가 집에 가니깐 현관에 들어서는 엄마 보고 왜 벌써 왔냐고 따지기도 해서 어른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이모한테 체스도, 종이 접기도 가르쳐준 살가운 녀석~~ 제 누나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어서 손가는 일이 없었는데, 우리 유준이는 야무진 거랑은 거리가 멀어 손이 많이 가는 아이. 그래도 난 유준이 생각나면 웃음이 나올 만큼 좋다. 녀석의 부족한 부분을 내가 채울 수 있어 좋다.
언젠가 학교 앞으로 유준이를 마중 나갔다 같이 집으로 오는데 노점에서 토마토랑 오이를 파는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팔아주자고 해 오이를 사 온 적이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모르는 이웃을 만나면 인사를 90도로 깍듯이 하는 유준이, 멋진 내 조카. 요즘은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과 친해져 귤도 간식으로 갖다 드리는 정 많고 심성 고운 내 조카, 이유준.
3년 전쯤, 5학년 때인가 갑자기 직장에 있는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유준이가 아파서 학교 보건실에 있는데, 조퇴하려면 보호자가 와서 데리고 가야 한다고...(다른 일을 할 때였지만 마침 그날이 쉬는 날이었고. 동생네 사는 동네랑 우리 동네는 지척이었다.)
부리나케 유준이가 있는 보건실로 향했다. 배에 가스가 찼는지 약은 먹었는데, 배가 아파 걷질 못한다. 얼른 등을 내밀었다.''유준아, 업혀. ''한 손으론 아이의 배낭을 걸고 집까지 업고 왔다. 아무리 체구가 작은 아이라도 초등학교 5학년짜리를 업고 오는 길은 등줄기와 이마에 땀이 흐르는 힘든 일이었지만, 여린 녀석이 미안해할까 봐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니 이 기특한 녀석 하는 말 ''이모,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린 소견이지만 감사를 알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우리 조카, 유준이...
내 어찌 우리 유준이를 안 이뻐 할 수 있을까.
어제 오랜만에 조카들을 보러 동생네 갔다. 현관에서 유준이가 이모하고 부르더니 안긴다. 잘 먹어야 될 텐데, 요즘도 잘 안 먹어서 엄마를 애태우는 모양이다. 많이 말랐다. 중학교 2학년이라 그런지 엄마 잔소리에 툴툴거리고 말대꾸가 심하다. 게임중독에 빠져 틈만 나면 게임 삼매경이라 부모의 애를 테우는 녀석이지만 나는 유준이만 보면 행복한 웃음이 나온다. 오늘도 뜬금없이 "이모!"부르더니 "사랑해요~~"하고 노래를 부른다. 조카의 열렬한 나를 향한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미소 짓게 한다.
또래보다 작은 항상 키 번호 1번인 조카이지만, 느리고 더디 가는 아이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봄볕을 닮은 우리 유준이가-항상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것이 지금의 나의 소원이다. 지금보다는 아름다운 세상, 예쁜 새싹 같은 아이들이 저마다의 향기를 지닌 꽃으로 활짝 필 수 있는 건강한 세상을 오늘도 꿈꾸며 간절히 소망한다.
사랑하는 이모가 너를 축복한다. 10월의 어느 멋진 가을날에 사랑하는 유준이를 떠올리며 이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