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쁜손 Nov 18. 2020

김마루

 마루는 아니 김마루는 김현석 , 내 아들이 얼마 전 입양 한 강아지이다. 보통 이름만 부르던데 , 아들은 꼭 자기의 혈통을 승계한 장자의 정통성이라도 부여한 듯 꼬박꼬박 이름 앞에 성을 붙여 부른다.

 현석이가 직장 일로 지방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평소 소원하던 강아지와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내가 미리 알면  강아지를 쉽게 키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수 십 가지는 대면서 잔소리할 것을 불을 보든 뻔하니 이놈이 아들놈은 먼저 저지르고 나중에 보고 하는 쪽을 택한 거였다.

 이미 엎질러진 물에는 할 말이 없으니 도리가 없다는 걸 잘 아는 까닭이겠지~~

 그렇게 마루는 아들한테 오게 됐고 개를 무서워하던 나도 한 번에 반해 버릴 정도로 운명적인 우리 식구가 되었다.

 며칠 전 srt를 타고 아들이 사는 아산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역에 마중 나온 아들이 부스스한 얼굴로 ''나 어제 여자 친구랑 헤어졌어요. ''

 ''그래, 오늘 괜히 왔네. 혼자 있고 싶을 텐데... ''

 ''아뇨''

 아들이 살짝 미간을 찡그린다.

 "나도 편두통이 있나 봐요. 가끔 아파요."

두통이라면 진절머리 나게 고생한 내 마음에 바람이 분다. 몇 마디를 끝으로 차 안에 정적만 흐르고...


도착한 집에 들어서니 집안이 발 디딜 틈이 없다.

아들은 머쓱하게 웃는다. 무언가 하얀 뭉치가 달려온다. 솜뭉치 같기도, 몽실몽실 강아지-새 식구, 김마루다!

 참 이상하다. 난 개든 고양이든 무서워하는데 첫눈에 그냥 사랑스럽다. 3개월짜리 마루 꼬리가 프로펠러 같다. 현석이가 커피를 건네며 약 먹고 30분만 잠 좀 자고 나오겠다 한다.

 문을 닫아 주고 마루, 아가랑 놀아 줄라고 옆에 바싹 붙어 앉으니 꼬리를 흔들며 까만 눈동자로 나를 보더니  이내 내 손등을 핥는다. 따뜻하다. 물컹하고 촉촉한 느낌이 그냥 마냥 좋았다.

 아주 잠시 시간이 흐르니 마루가 존다. 내 무릎에서 잠이 들었다. 어젯밤 분명 잠못이루었을 아들이 깰까 봐 그리고 내 품에서 잠든 마루가 깰까 봐 그렇게 한 시간쯤 벌을 서고 있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괴로운 아들 옆에 천방지축 뛰어다닐 김마루를 생각하니 든든하고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작은 생명체가 지닌 생명의 힘~~~


 며칠 전 아들은 당분간 혼자 내버려 달라는 말을 문자로 남겼다. 걱정 반 , 서운함 반.

 그래도 잘 해내겠지. 부모는 응원해 주고 지켜 봐 주는 역할 까지겠지... 새 식구 귀염둥이 김마루 덕에 훌훌 털고 일어나리라 믿는다.

 아들도 어디선가 가을을 마주하고 있겠지.

 사랑한다. 

작가의 이전글 지랄하네~지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