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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Feb 03. 2022

통증을 겪으며 감사를 회복하다.


 연휴기간 마음이 울적하더니 연휴 마지막 날 저녁부터 온몸에 근육통이 느껴지며 몸져 앓아누웠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같이 아픈 것 같아 씁쓸했다. 비상약 타이레놀을 먹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통증에 괴로우니 외로움, 허무, 쓸쓸함 따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건강할 때가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잠시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건강하면 되지. 혼자라도 씩씩하게  오늘을 감사하며 살면 되지.'

 

 새벽녘에 약기운이 떨어졌는지 머리가 아파 다시 타이레놀을 먹고 잠을 청했다. 시간이 새벽 2시 반을 가리킨다. 잠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 잠이 들었는지 눈을 뜨니 7시가 조금 넘었다. 다행히 두드려 맞은듯한 온몸의 통증이 사라졌다. 혹시 코로나에 걸렸을까 걱정했는데 단순한 몸살이었다. 어젯밤 잠결에서도 간절히 기도했다. 아파도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자고 나면 자리에서 거뜬히 일어나게 해달라고 중얼거리며 잠이 들었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출근하는 동생을 대신해서 조카들 점심을 챙기는데,  미접종인 중학생 조카를 생각해서 하루 정도 내 상태를 지켜보겠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무증상이나 가볍게 앓고 지나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탓에 혹시 내가 코로나일 수도 있겠다 싶어 이번 주는 증상이 없어도 지켜보기로 했다.



 몸의 컨디션은 어젯밤에 비하면 정상치로 회복되어 가벼운 몸살임에는 분명하지만 습관대로 매일 산책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는 일은 하루 건너뛰기로 했다. 비상식량이라고는 냉장고에 과일 몇 개 달랑 있는 탓에 아파트 단지 안 상가에 장을 보러 나섰다. 레토로 식품으로 된 죽 몇 봉지를 사서 카페에 가는 대신 슈퍼에서 판매하는 커피 음료를 사들고 집으로 왔다.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지 어제까지 온갖 부정적인 무거운 마음이 나를 짓눌렀는데 오늘은 몸이 날아갈 듯 하니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이 무한 긍정의 에너지가 나를 감싼다. 하룻밤 아프면서 그간 건강하게 나를 지켜준 신께 감사하며 내가 지니지 못한 것에 집중하다 내가 지닌 귀한 것들을 놓칠뻔한 나를 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었으니 어젯밤의 통증은 귀한 나의 스승이다.

 하루 사이에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으니 고통이 약일 수도 있겠다 싶다. 삶의 깊이를,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은 크고 작은 고통을 겪으며 단련된 마음일 것이다.



 다시 씩씩한 나로,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앞으로 나아갈 예쁜 손으로 돌아왔다. 불안과 우울은 미래를 염려할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인데... 다시 하루하루의 소확행에 집중하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한다. 내가 힘들어할 때 여러 브런치 작가님들의 진심 어린 위로가 힘이 된 사실을 작가님들은 알지 모르겠다.

 물론 비바람 치고 흐린 날이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을 난 안다. 하지만 맑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도 삶에서 어김없이 마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진실된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제가 혼자라  느끼며 힘들었을 때 위로해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살다 보면 또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있겠지만 작가님들의 격려와 위로를 생각하며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몸살이, 통증이 제게 약이 되었네요.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이 축복이었음을 고백하며 반성합니다. 감사를 회복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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