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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Feb 13. 2022

책은 도끼인가요? 네, 책은 도끼입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늘 독서의 양, 다독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어느 때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한 책을 읽는 즐거움에서 뭔가 머릿속에 채워 넣어야만 할 것 같은 당위가 느껴지던 요즘. 우연히 만난 '책은 도끼다.'는 다시 독서의 설렘과 즐거움을 환기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책은 광고인 박웅현의 인문학 강의를 7강에 나눠 실은 2011년에 초판이 발행된, 베스트셀러이자 발행 이후-오랜 시간이 흘러도-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이다. 

 

 저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 우연히 유튜브의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보다 유시민과 니코스 카잔스키의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토론하는 박웅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유시민의 해박한 지식과 언변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웅을 겨루는 그에게 호기심이 갔고 자연스레 그의 이력과 저서를 살피게 되었다. 

 그는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많은 광고를 만들어 내 대중적인 인기와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광고인으로-저서에는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 '여덟 단어.'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등이 있다.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 책의 서문, 저자의 말에 그는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의 언어가 내 머릿속을 울리고 내 심장을 파고들기 충분했다. 책을 통한 울림. 그 울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진심으로 가슴에 와닿았다.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감수성이 느껴지는 몇 문장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책에 대한 매력을 느꼈고-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책을 읽는 목적이 달라지니 책을 읽어야 하는 동기와 방향이 달라지고, 가끔씩 짓누르는 의무감에서 해방되는 느낌. 막연하게나마 내가 추구하던 삶의 방식이 결국은 궁극적으로 삶에서 지향해야 하는 가치임을  작가의 말에서 바로 확인하는 순간. 이 책은 바로 도끼가 되어 나를 깨웠다. '그래, 책은 바로 나의 삶의 촉수를 예민하게 만들어 행복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하나의 길이었다.'

 



 총 7강의 인문학 강의를 책으로 묶은 이 책에서는- 매 장마다 주옥같은 책들을 소개하며 그만의 터득한 독법과, 그것을 어떻게 삶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인생은 고단하고 무겁다. 유한한 삶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누리는 삶은 분명 축복받은 인생이다.

 어떻게 하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바로 책을 통해서이다.  책은 우리에게 인생의 등대가 되어 칠흑 같은 바다 위를 항해할 수 있게 만든다. 내가 가지 못한 길의 지도가 되어 주고 미처 내가 깨닫지 못한 아름다운 자연과 일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한다. 아집과 편견으로 가득 찼던 오만도 남김없이 부숴버릴 수 있는 것이 '책'임을, 삶의 거울이자 스승임을 부인할 수 없다.


 빨리빨리  미덕인 속도의 세계에서 좀 천천히,  느리게 삶의 속도를 늦추고 도처에 숨어있는 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는 지혜를-좋은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 이것이야말로 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행복은 창조가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촉수를 모두 열어 놓으면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복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 그런 맥락이라면 책을 읽는 과정은 행복의 씨를 뿌리는 일이라고 작가의 말에 덧붙이고 싶다.


 

 일 년에 3,40권 다독과는 거리가 먼 작가의 독서량이지만 그는 책을 깊게 꾹꾹 눌러 가슴에 새긴다고 한다. 단 한 줄이라도 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장을 만난다면 그것은 축복임을 나 역시 공감하며, 다독에 대한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책을 늘 벗하며 작은 풀꽃의 노래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감수성을 높이는 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삶의 모습일 것이다. 깨달음을 깨달음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좋은 책으로 영혼의 허기를 달래주는 일. 옹졸함과 편협함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도록 도끼가 되어 완고한 얼음을 부수는 일. 맞다. 책은 도끼였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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