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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Jan 01. 2021

귀염둥이, 아기천사 마루~~

김마루 2.

 오늘 늦은 점심 무렵 아들이 마루와 함께 집으로 왔다. 마루, 아니 김마루는 아들이 키우는 강아지로 보통의 경우는 이름만 부르던데... 아들은 마루를 자신의 장자 인양 꼬박꼬박 이름 앞에 성을 붙여 김마루라고 부르니 겉으로는 모른척해도 돌아서선 실없는 사람처럼 실실 웃음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아들은 무심한 듯 자상하고, 자상한 듯 무심한 스타일의 남자이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은 얼굴 보여달라는 내 말에 "예!"명쾌하게 대답해놓고 딱 그 안에만 얼굴을  비추는가 하며 , 연락 자주 안 해 섭섭해할 때는 또 슬그머니 전화해서 "사랑해요 엄마~~"라고 기분 맞추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의 소유자이다.


 


 외아들로 자라다 보니 어릴 적부터 친구들을 좋아해서 아들한테 나의 순위는 농담 반 진담 반 "친구들 다음 두 번째 아닐까?" 하면

 아들은 "노노노 엄마가 첫 번 째지~~~"하고 강력하게 부인하는데 글쎄... 지금은 그나마 마루가  아들품에 온 후론 보나 마나 난 서열 세 번째임은 틀림없다. 여자의 예감은 이럴 때는 쓸데없이 잘 맞는다.ㅎㅎ

 엄마품을 그리워하지 않고 찾지 않는다는 건 어찌 생각하면 건강한 성인으로, 독립적으로 잘 자라 준거라는 증거니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어깨엔 마루에게 필요한 물품이 잔뜩 든 가방을 메고 한 손으로는 마루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들고 현관에 들어선다.

 영락없는 아기아빠 모습이다. 그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커피를 내게 내민다. 선물이라며 씩 웃는다.

 마루가 아들품에 안긴 채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엄마 잠깐 나갔다 올게~ 마루 사료 두고 왔어. 마트 다녀올게... "라는 말을 남기고 아들은  황급히 사라졌다. 자기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보호자가(김마루의) 되어서 좀  나아진 것 같더니 역시 우리 아들은 허당이었다. ㅎㅎ

 아빠품을 떠난 마루는 나를 한 달 만에 만나는 것인데 낯섦도 두려움도 없다. 내가 손을 내밀자 금세 달려와 내 손을 핥는다. 꼬리는 살랑살랑. 집안 공기가 이 녀석 하나로 한층 가벼워졌다.

 어느 시인이 '무릇 생명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들에 난 들풀조차 그 존재의 이유가 있거늘 마루가 태어나서 우리에게 온 것도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개는 견주를 닮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녀석이 우리 식구를 많이 닮았다. 한참 호기심이 왕성하고 말썽 부릴 6개월 된 강아지인데,  아주 순한 순둥이다. 말수 적은 것까지 닮았는지 별로 짖지도 않는다. 내 뒤를, 아들 뒤를 쪼르르 따라가 폴짝폴짝 뛰며 꼬리를 흔들고 돌아서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탐색모드가 귀여워 꼭 안아준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솜털 구름처럼 몽실몽실 아기천사 같다.

 내가 이렇게 마루가 예쁘고 귀한데 마루를  매일 키우고 먹이고 돌보는 아들은 김마루가 아마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 같을 것이다.

 마루를 쳐다보는 아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고 사랑의 하트가 뿅뿅 발사된다.

 엄마는 자식의 눈빛, 숨소리에서도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한 생명을 책임지면서 아들은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지 않을까... 오늘따라 아들 녀석 어깨가 널찍한 게 의젓해 보인다.


 아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허허 웃는다."엄마 개 싫다고 하더니 우리 마루는 예쁜가 보네. 난 엄마가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네."

 '글쎄... '아들은 알 턱이 없다. 나도 아들 나이 때는 몰랐었다. 자식이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것은 나도 저절로 애정이 가는 신기한 마법이 있다는 것을 세월이 지나고 보니 알겠다.

 "김마루 이리 와~" 다정하고 힘 있는 아들의 목소리에 마루가 귀를 쫑긋 세우고 포르르 미끄러지듯 달려간다. 멈춰서 고개를 살짝 들어 뚫어져라 아들을 보고는 꼬리를 흔든다.

 사랑스러운 부자간의 모습 같아 흐뭇하다.


 김마루, 고 귀염둥이의 보호자 아들 얼굴이 모처럼 해맑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아들의 웃는 얼굴을 보며 힘을 얻듯이 아들도 마루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생명에  세상사 고단했던 마음이 위로받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꼬꼬마 아가 이어도 아들 곁에서 내 대신 위로해 주고 든든히 지켜줄 수호천사-나는 그런 마루가 있어 고맙다.

 어느 순간부터 조용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달랑 김마루까지 세 식구 단출한데- 다 따로따로다. 아들은 드라마 몰아보기, 난 오늘 일을 글로  정리하고 마루는 두 사람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더니  탁자 밑에서 잠이 들었다.

 평온한 늦은 오후다...


 혼자 있을 때는 끼니를 때우기 바빴는데... 오랜만에 사람 사는 집 같다. 애호박, 감자, 두부, 청양 고추가 든 된장찌개 뽀글뽀글 끓이고 연신 삼겹살 굽기 바쁘다. 오늘의 특별식은 삼겹살과 먹을 갓김치. 지인 친정어머니가 담근 귀한 김치다.

 자취하는 아들은  얼마 만에 맛보는 집밥인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아들의 먹는 모습만 보아도 배가 부른다. 같이 먹자 손을 끄는 아들에게 한입이라도 더 먹이려 고기를 열심히 굽는다. 항상 당신 자신은 뒷전이고 자식들 먼저 챙기신 엄마만은 닮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어느새 나도 엄마를 닮아가고 있었다.' 왜 엄마가 되면 청승을 떠는 건지...'

 잠시 멍하니 넋을 놓고 서 있는데 아들이 고기를 한쌈 싸서 입에 넣어준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 아들~~'



 잠이 깬 마루는 장난감을 나와 아들에게 번갈아 물어 나르면서 놀아달라 보채고 신기하고 낯선 물건은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기도 하고 내가 마루의 얼굴을 감싸 쥐고  입을 갖다 대면 뽀뽀를 해주기도 한다.

 이런 우리 사이를 아들은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고 나는 그런 아들을 보며 또 웃는다.

 마루는 알까?

 마루 때문에 날로 행복해지는 아들과 나의 마음을.

"무릇 생명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고단하지만 달콤했던 하루가 저물고 2021년 새해가 시작됐다. 먼저 잠이 든 마루를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던 아들도 마루 옆에서 잠이 들었다.

 올 한 해 우리 가족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의 가사가 떠올랐다.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엄마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좀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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