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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보이 Dec 29. 2021

[책]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정치적 동물의 길

모든 것은 정치 때문이야.

가끔 예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 안주처럼 오르내리는 인물이 한두 명쯤 있습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회사의 높은 자리에 오른 그 친구들에 대해서 시샘과 부러움이 교차된 감정들은 술잔 소주처럼 넘실 거립니다. "그 녀석, 원래 윗사람 코드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맞췄잖아.", "걔는 타고난 관운이 있어.", "내가 알기로 그 친구만큼 정치 잘하는 친구도 없어." 등... 그 자리에 있는 우리들은 안주를 대신해준 고마운 그 친구보다 정치를 못해서, 혹은 안 해서 조직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이럴 때만큼 단일 민족이라는 끈끈함을 느낀 적도 드뭅니다.

이것뿐인가요? 아이 하나 키우고 교육시키기 힘들어 출산율이 바닥을 기는 것도, 부동산 시장이 이랬다 저랬다 하며 요동 치는 것도, 노동 시장의 불균형으로 취직하기 힘들다, 사람이 없다며 서로 아우성치는 것도 모두 "정치"에게 눈을 흘깁니다.

벌거벗은 채 정치판에 뛰어드는 우리들의 모습인가?

인간의 삶은 정치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공부란 무엇인가>의 저자 김영민 교수가 자신의 전공인 "정치"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신작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는 인간의 삶에서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정치"라는 주제를 다룬 "정치" 에세이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 자체가 문제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 김영민 교수가 제목에 이어 본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정치"란 과연 무엇이며, 한국 사회에서 "정치"가 어디쯤에서 서성이고 있고, 왜 "정치"가 국민들의 냉소와 외면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는지 저자의 솔직한 심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숙명임을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한국 "정치"가 풀어가야 할 숙제들 - 다민족, 동성애, 여성, 인구, 아파트, 윤리, 유사가족, 전염병 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합니다.


냉소적 유머 속에 담겨 있는 칼날 같은 문장들.

'칼럼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김영민 교수의 글은 매력적입니다. 유머러스한 문장 속에 냉소적인 시선과 날카로운 평가는 내로남불 시대에 통쾌함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음악, 미술 그리고 영화적 비유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풍기는 저자의 문화적 소양이 놀랍습니다. 특히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이 언급되어 매우 반가웠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하나하나의 글 자체가 주는 느낌은 좋으나 책의 중반쯤 가서는 전체 주제를 이끌고 가는 밀도가 다소 느슨한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매사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거기에 정치는 없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당연해 보이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해 보이지 않을 때 정치가 있다. 당연한 듯한 현실의 그늘에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위태롭게 존재하는 이들이 있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것을 낯설게 보는 데 정치가 있다.

“이 책을 통해 특정 정치인에 대한 열광하는 마음은 식고,

정치 그 자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뜨거워지기를 바랍니다”라는 저자의 바람처럼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정치" 그리고 우리 "정치"가 달라지길 바랍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왜 이모양인지 궁금하신 분들.

평소 김영민 교수의 칼럼을 애독하셨던 분들.


[이런 분들은 한번 더 생각을]

정치의 "정"자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생기시는 분들.

정치 이야기는 무조건 진지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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