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밤산책

밤산책 6: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by 말로

밤산책을 하면서 가끔 오디오북을 듣는다.

음악도 좋지만, 에세이를 들으며 어둑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작가의 문장이 공간을 가득 채우듯 또렷하게 들린다.
걸음걸이에 맞춰 누군가의 인생을 함께 걷는다는 것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며칠 전부터는 이경규의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을 듣고 있다.

원래 유명인이 쓴 자서전류의 에세이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계에서 45년을 흔들림 없이 버텨온
그 삶의 결이 왠지 궁금해졌다.


이제까지 그를 “예능 대부”로만 알고 있었지만,

그의 문장들 사이로 느껴지는 태도와 숨결을 따라가다 보니
그보다 “버틴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말한다.

삶의 무게와 고난을 유머로 녹여내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버티는 힘이라고.
“성공은 잠깐이고, 버팀은 계속된다”라고.
진지하기만 한 사람은 끝이라고 말하며, 삶을 너무 무겁게 끌고 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방송에 비친 이미지나 책 한 권만으로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의 말들 속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과 호기심이 이끄는 방향으로
조용히 걸어가는 태도가 느껴진다.


그가 공로상 수상 소감에서

'단 한 명이 박수를 쳐줄 그날까지 활동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단 한 명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코미디언 이경규의 팬은 아닐지 몰라도, 인간 이경규를 응원한다.


매일 밤산책을 나서는 나도 ‘버티고 있는 삶’을 실천하는 중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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