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하고 무더운 밤이었다.
도대체 한여름엔 얼마나 더우려고 이러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이런 밤이 계속된다면, 진짜 여름이 오기 전에 밤산책은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후 위기를 만든 인간들이 괜히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 인간들 속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운 밤보다 더 껄끄러웠다.
한 줌 먼지만도 못한 인간들이 지구에 끼친 해를, 우리 후손에게 넘겨줄 걸 생각하니 마음이 물 먹은 솜처럼 축 쳐졌다.
그때, 가로등 아래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황금빛 털이 불빛을 받아 반짝였고, 이른 더위에 지친 듯 웅크린 자세로 나를 바라봤다.
도망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돌려, 빤히 나를 쳐다봤다.
마치, “너희들 때문이야”라고 말하듯이. 말 없는 생명이 주는 핀잔은 묘하게 오래 남는다.
해를 끼치지 않는 인간이 있을까, 문득 생각했다.
그러다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가 떠올랐다.
정착하지 않고 도시를 떠돌며, 계절 따라 머물다 가는 사람.
누구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니었지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조용히 감당하며, 조용히 사라졌던 사람.
만약 우리가 모두 크눌프 같았다면— 기후 위기 같은 건 오지 않았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황금빛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무엇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나는 존재가 어쩐지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