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들었던 감정이 오늘밤 발걸음에 아직도 남아있었다.
전 직장 선배 딸의 결혼식.
그 회사에서 십 년을 일했고, 퇴사한 지도 벌써 햇수로 5년이 접어들었다.
그 선배는 기자였고, 나는 IT 부서 담당자였다.
역할이 말해주는 대로, 우리는 자주 충돌했다.
매일같이 부딪히고, 서로를 몰아붙이고, 프로젝트 앞에선 날 선 말이 오가기도 했다.
그땐 그게 일이었고, 전쟁처럼 버텨야 하는 날들이었다.
그러다 내가 회사를 떠났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떠난 뒤에야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새로운 자리를 알아봐 주기 위해 남몰래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린 이가, 바로 그 선배였다는 것을.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내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줬던 사람.
그리고 오늘. 그 선배가 딸의 손을 잡고 예식장에 들어섰다.
순백의 드레스와 늦은 오후의 빛, 잔잔한 음악 위로—예전 회의실의 풍경, 언쟁, 그리고 퇴사 후 주고받았던 연락들… 그 모든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음속에 조용히 떠오른 말이 있었다.
"그냥, 모두가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선배도, 선배의 딸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토록 치열하게 싸우고, 날을 세우고, 이기고 지는 일에 아등바등하던 그 시절이— 지나고 나면 결국,
다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남는 건 사람이고, 그 사람이 잘 지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라는 걸.
오늘 밤의 산책은 그런 상념을 안고 걷는다.
서로의 삶이 이제는 조금 멀어졌더라도, 그때의 그 진심 하나만은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아주기를 바라면서.
https://youtu.be/y95EpV5KKgI?si=AGh-lLXhetx76X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