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의 여정에 나선 지도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처음의 시작은 단순한 결심이었다.
건강검진 결과표 위로 하나둘 경고의 표시가 늘어가던 무렵, 무엇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조바심에 저녁마다 집을 나섰던 것이다. 놀랍게도 최근 병원에서 받아 든 성적표에는, 많은 지표들이 '위험'에서 '주의' 수준으로 내려와 있었다. 물론 혈당처럼 여전히 위태롭게 경계선에 걸쳐 아슬아슬한 항목도 있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이제껏 야식의 유혹에 길들여 살아온 내가 겨우 한 달 남짓 밤길을 걸었다고 모든 수치가 단번에 정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건 염치없는 욕심일 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몸이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 '조금'이 안겨주는 잔잔한 안도감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밤산책은 그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 삶을 찬찬히 돌아보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소중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산책길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옮기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였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변을 세심히 관찰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타인의 말 한마디, 스쳐 가는 표정과 눈빛까지도 예전보다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과거에는 무심히 흘려들었을 법한 말들도, 이제는 걸음을 멈추어 그 의미를 곱씹는다.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그 말을 세상에 내놓았을지, 그 말의 앞뒤 맥락은 어떠했을지 헤아리며 조용한 사색에 잠기곤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기 쉽다고들 한다. 나 역시 그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겠지만, 밤산책은 내게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마음의 무늬를 어렴풋이나마 느껴보려 애쓰게 된 것이다. 마음의 근육이 조금씩 여물어 간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그렇게 조심스레 세상에 내놓은 내 마음의 편린들을 가만히 읽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밤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 마치 풋풋한 시절의 연애편지처럼 서툰 글로나마 내 안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그 미숙한 글에 누군가 작은 ‘공감’ 하나를 표해주면,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어제보다는 조금 덜 외롭게 느껴진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따스한 위로를 말없이 건네받는 기분이다.
너무 감사하다.
밤공기를 가르며 걷는 이 시간들은,
내게 있어 마음을 다스리고 타인을 다시금 따뜻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수련의 과정이다.
건강이 조금씩 회복된 것은 어쩌면 이 과정에서 얻은 작은 선물일 뿐.
어쩌면 정말로 나아지고 있는 것은, 나의 마음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감사라는 이름의 작고 단단한 씨앗이, 내 안에서 천천히 자라고 있다.
https://youtu.be/g-rZeTNIw7E?si=8nPYNnjprdlVwjL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