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로 지정된 임시 공휴일.
이른 아침 투표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막상 주어진 임시 자유 시간은 막연함으로 채워졌다.
손에 들었던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는 몇 장 넘기지 못한 채 졸음에 빠졌고, - (저작권위원회 공모전에 응모해볼까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저작권이 대기업의 손아귀에 놀아나 돈 버는 기계로 전락했다는 비판적인 내용이다. 이론.. 낭패다.)
밀리의 서재에 연재 중인 소설 원고를 쓰다 말고 또 졸았고, - ('바디 미싱 클럽'이라는 제목으로 4회까지 연재하고 있으나, 큰일이다. 다음 이야기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콘셉트만 가지고 무턱대고 시작했다가...)
넷플릭스에서 보다가 멈춘 『백년의 고독』드라마를 다시 틀었지만, 그 또한 흐릿한 의식 속으로 사라졌다. - (분명 원작 소설을 읽은 것 같은데,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혈당이 문제가 아닌가 보다.)
차라리 작정하고 잠들었다면 후련했을까.
어설픈 시도와 반복되는 졸음은 온전한 휴식도, 의미 있는 생산도 아닌 애매한 시간만을 남겼다.
오후가 되자 괜스레 짜증이 밀려왔다. 흘러간 낮 시간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TV에서는 개표 방송이 한창이었다. - (결과가 일찍 나올 것 같다.)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자막이 희망과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무기력한 하루의 끝자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문득 이 모든 것을 씻어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다. 밤산책을 하고 나면 나아지려나?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낮과는 다른 온도가 정신을 깨웠다.
지나온 하루를 곱씹으며 천천히 걸었다.
후회로 얼룩진 낮의 기억들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차분해졌다.
그래, 지나간 시간은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다. 붙잡고 懊惱(오뇌)한들 무엇이 달라지랴.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었다. 내가 딛고 있는 이 길, 스며드는 밤의 공기, 가슴을 채우는 호흡.
한때 진부하게만 들렸던 ‘현재를 살라’는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진실하게 다가왔다.
밤 산책은 나에게 잊고 있던 감각을 일깨워주었고, 새로운 다짐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내일은 새 정부가 출범하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는 날이다.
그 큰 의미에 빌어 나의 내일에도 작은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다.
거창한 계획이나 다짐은 없을지라도 괜찮다.
다만 오늘보다 조금 덜 후회하는 하루, 지금 이 순간에 조금 더 충실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오늘의 나를 보내며, 다가올 내일의 나를 조용히 기다린다.
이 밤길의 끝에서, 나의 발걸음이 어제와는 다른 희망의 방향으로 향하듯,
더불어 우리가 함께 맞이할 대한민국의 내일 또한 더 밝고 희망찬 걸음을 내딛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https://youtu.be/k4V3Mo61fJM?si=t3Y1THWcq3x7Ks2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