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밤산책

밤산책 20: 외로운 싸움을 하는 당신에게

by 말로

얼굴에 닿는 밤바람은 시원한데, 낮 동안 달아올랐던 마음의 열기는 쉬이 식지 않는다.


오늘 대표에게서 속 깊은 하소연을 들었기 때문이다.

“벌써 6월인데, 생각만큼 매출이 오르질 않네. 뭔가 변화가 필요한 걸까?….”


꽤 오랜 인연인 대표와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있다.

홈쇼핑 커머스 TF에서 처음 만났던 그는 밝고 재치 넘치는 선배였다.

한때, 일보다 농담을 더 잘하고, 야근보다 회식이 더 잘 어울리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서 요즘은 뭔가가 닳아 없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투자와 매출 사이에서 매일이 전쟁이라고 한다.

새벽마다 눈을 떠 메일을 확인하고, 밤이면 숫자를 붙들고 고민하는 날들.

그와 함께 일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본 것은, 그의 어깨가 어떻게 조금씩 무너지고,

또 어떻게 한숨을 웃음으로 겨우 가리는지였다.


그럼에도 그는 직원들 앞에선 “잘 될 겁니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한다.

커피를 내리면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회의가 끝날 무렵에도.

지친 얼굴에 애써 빛을 더하려는 그 모습은 남을 위한 위로라기보다,

스스로의 믿음을 지키려는 싸움처럼 보인다.


문득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직업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그중 하나는 창업가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의심할 때도 혼자서 믿음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

모든 것을 걸었지만 누구도 그 무게를 온전히 알아주지 못하는 싸움.

때로는 그 싸움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책임감과 애틋함이 밀려온다.


골목 끝, 불 꺼진 가게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친다.

저 외로운 싸움에 나 역시 작은 일부로 함께하고 있는 거겠지.


오늘 밤은 그를 위해,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대표들을 생각하며 조금 더 천천히 걷는다.

당신들은 이 시대의 미련한 낭만가들이기에 더욱 존경받아 마땅하다.

결과가 어떻든, 믿음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https://youtu.be/m78etvVHEeA?si=aqE70BTLZh_DNq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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