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밤산책

밤산책 22: ‘한다’와 ‘하지 않는다’ 사이에서

by 말로

밤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문득 마음에 들어와 박힌 문장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오늘은 앤솔러지 소설집 『시작하는 소설』의 한 구절이 그랬다.


“‘한다’와 ‘하지 않는다’ 사이에서는 ‘한다’ 쪽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무조건 남는 게 있다고 믿는 편이었다.”


최근 내게 일어난 일들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문장이 있을까?


지난주에는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었다.

민음사와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이 함께 운영하는 소설 창작 워크숍 ‘라이터스쿨’ 3기에 합격했다는 연락이었다. 장강명, 문지혁 작가님에 이어 이번 기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편혜영 작가님이 이끈다는 소식에, 머릿속에만 담아두었던 시놉시스를 밤새 다듬어 지원했다.

그저 ‘한다’는 데 의의를 둔 도전이었다.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덜컥 기회가 주어졌다. 발표 이후로 지금까지, 심장이 제멋대로 뛰는 듯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주에 있을 입학식이 설레어 미칠 것 같다.


오늘 낮에는 또 한 통의 뜻밖의 메일이 도착했다.

밀리의 서재에 연재 중인 내 소설이 이달의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라이터스쿨 지원 때처럼, 이것 역시 연재하는 경험이라도 느껴보고자 했던 시도였다.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들여다봤는지 모른다.

얼떨떨한 기쁨 속에, 분에 넘치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어깨를 조심스레 짓눌렀다.


‘한다’를 택했을 뿐인데,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이 연이어 찾아왔다.

실패를 각오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어느새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욕망이 고개를 든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

하지만 그 욕망의 속도를 나의 재능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밤의 고요함을 헤집는다.


오늘 밤의 산책은 그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걸음이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조급함 대신 꾸준함을 택하기로.

내 재능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시간과 정성을 담담하게 쏟아붓기로.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 그저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와 ‘하지 않는다’ 사이에서 나는 또 ‘한다’를 택할 것이다.

다만 이제는 그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시작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조금 더 감사하면서.


오늘 밤은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한다. 집에서 유자차를 마시면서...


https://youtu.be/y95EpV5KKgI?si=CyikjcuMjIdo6p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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