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문장. 책은 이미 망했지만...

<섬에 있는 서점> - 개브리얼 제빈

by 말로
책은 이미 망했지만 그래도 이따금 알고 싶어지잖아요... 내 작품이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는 걸 내 두 눈으로 목격하고 싶었어요.


이 문장은 개브리엘 제빈의 장편소설 <섬에 있는 서점>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책 제목대로 섬에 있는 서점 주인인 에이제이가 사랑하는 여인 어밀리아를 위해 둘이 감명 깊게 읽었던 자서전의 작가를 섬으로 초대해 사인회를 여는 에피소드 중에 언급된다.


이 문장이 작품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도 않고, 문장 자체가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고, 새벽 허공에 종이 울리 듯 깨달음의 울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문장이 이상하게 가슴에 꽂혔다.


흔히들 ‘이번 생은 망했다.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라고들 하며, 쓴웃음과 함께 장난스러운 자조가 섞인 푸념을 던진다.

나도 평소 일이 잘 안 풀리고, 벽을 느낄 때마다 이렇게 푸념을 던지고 나면, 현실 삶의 거추장스러움을 벗어던진 듯한 묘한 해방감이 온다.

하지만, 그 해방감은 순간의 자위일 뿐 길게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느낌 상 내려놓은 듯 하지만 결코 힘을 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절망을 타인에게 숨기고, 스스로가 푸념 뒤에 숨을 뿐이다.


당장 인생이 잘 안 풀리고 꼬여 힘들 때, 저 문장을 이렇게 바꿔서 말해보면 어떨까?


이번 생은 이미 망했지만 그래도 이따금 알고 싶어지잖아요... 내 인생이 어떤 의미가 있다는 걸. 한번 끝까지 가보려고요.


앨리스 섬에 하나밖에 없는 ‘아일랜드 북스’의 주인 에이제이는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정신적 방황을 겪고 있다.
그는 타고난 성격이 까칠하고, 자기중심적인 책 취향도 까탈스러워 서점의 운영은 나날이 어려워져 간다.

이러한 에이제이에게 어느 날 뜻하지 않은 부정과 연정이 찾아오게 된다.
에이제이가 마야라는 사랑스럽고, 총명한 여자 아이를 입양하게 되고, 출판사 영업사원인 어밀리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아일랜드 북스’ 서점 간판에 붙어있는 '인간은 섬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상이다.'라는 문구처럼 그의 세상이 변화되어 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개브리얼 제빈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독특한 시선, 재치 있는 구성, 유머러스한 문체로 청소년 문제에서 여성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 발표하는 작품마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책으로 이어진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섬에 있는 서점>(2014)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이중잣대를 그려낸 소설 <영 제인 영 Young Jane Young>(2017)이 현실의 사건들을 환기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마가렛 타운>(2006) <다른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2005)등의 작품을 썼다.
- <영 제인 영 Young Jane Young>의 한국어판 제목은 <비바, 제인>이다.

(출처: 예스24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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