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 애니메이션 <코코>의 대사가 생각났다.
"살아있는 자들의 땅에 널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면, 넌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야."
<완전한 이름>은 미술사에서 "여류"라는 쓸데없는 접두어 때문에 오랜 세월 잊혀져 있거나, 오해를 받았던 예술가들의 이야기 이다. "먼저 온 미래" 였던 그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우하우스의 잊혀진 이름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 부터 피해자의 감정을 영웅적인 여성으로 승화 시킨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까지 14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열정이 세상 속 길을 떠나고,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비로소 되찾은 이름으로 얽어서 동여 묶여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드러나는 그들의 삶의 궤적은 나도 모르게 망각과 오해의 공범이라는 자책이 들게 하면서도 이제라도 그들의 완전한 이름을 불러 볼 수 있다는 이 시간에 감사를 느낀다.
미술에 무지렁이인 내가 그녀들의 삶과 예술 사이에서 발을 헛딛지 않게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세심한 자료조사와 균형감으로 가이드 해준 저자에게도 감사하다.
그들이 완전한 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다시 한번 이름을 불러 본다.
바우하우스에서 아우슈비츠까지,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
서양 여자 눈에 비친 조선 신부, 엘리자베스 키스
‘이상한 동물’의 ‘큰 걸음’, 노은님
정직하지 못한 세상에 내미는 그림, 정직성
인상파의 여성 멤버, 베르트 모리조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딸도 아닌 파울라 모더존베커
‘버지니아 울프의 화가 언니?’, 버네사 벨
내 슬픈 전설의 91페이지, 천경자
‘마녀’ ‘미친년’으로 살아남았다, 박영숙
230년 만에 되찾은 이름, 유딧 레이스터르
칸딘스키·몬드리안보다 앞선 최초의 추상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
조선의 ‘알파걸’, 나혜석
‘여적여’는 없다, 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
피해자에서 아이콘으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