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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보이 Nov 28. 2021

[책] 소비의 역사

익숙한 물건과 공간에서 소비의 퍼즐을 맞추다.

매월 말일이 다가오면 달갑지 않은 성적표가 여지없이 찾아옵니다.

'신용카드 명세서'.

  동안 제가 한 '소비'라는 행위를 카드사가 친절하게 그리고 꼼꼼하게 기록한 결과지입니다. 분명 행위 주체자는 ''임에도 불구하고 기억나지 않은 장소에서, 기억나지 않는 물건과 음식을 소비한 내용을 받아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혹시 카드사의 실수는 아닐까 희망적 의심을 품어보기도 하지만 결국  기억력의 한계이거나  당시 '내가 내가 아니었다' 초자연적 결론에 다다릅니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재화가 아닌 그 외의 것들을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건의 실질적 가치 이외의 어떤 가치가 나의 고된 노동의 대가와 교환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이 책 <소비의 역사>는 지금까지 경제사적으로 '생산'에 비해 소외받았던 '소비'와 관련된 역사를 따라가면서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짚어냅니다. 저자인 서양사학자 설혜심 교수는 '일상의 모든 것을 역사학의 주제로 탄생시키는 사학자' 명성에 걸맞게 독특한 주제를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미시사적으로 흥미 있게 풀어냅니다. 저자의 또 다른 책 <그랜드 투어>도 18세기 유럽 소수 엘리트들이 행했던 교육 여행을 테마로 그 당시 지성의 탄생을 밝힌 재미있는 역사 대중서로 읽었던 기억납니다. 제 책장을 둘러보니 사두고 아직 읽지 못한 저자의 다른 책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도 있네요. 저도 모르게 이분 팬이었나 봅니다.

오른쪽 표지가 이번에 '리커버:K' 나온 개정판입니다.


 <소비의 역사>라는 제목이 주는 대학 교양과목 총론서 같은 느낌. 왠지 고리타분할 것 같다는 느낌은 셰익스피어의 유언장의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아내 앤 해서웨이에게 준다"라는 문장을 인용하여 시작함으로 사라집니다. 양복, 비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상품의 역사를 비롯하여 방문판매, 홈쇼핑 등 판매 방식의 기원과 백화점과 쇼핑몰 같은 '소비'의 공간의 변천사도 이야기합니다.

또한, 남성 중심의 생산 시스템에서 소외받은 여성의 소비문화에서의 위치와 역할, 제국주의 첨병 역할을 했던 상품들, 인종차별에 대항했던 불매운동 등 '소비'의 이면에 담겨있는 흥미로운 역사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상식과 지식이 쌓이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물론 책을 덮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200여 컷의 자료 사진과 그림입니다.

본문을 이해를 돕고 '소비'의 현장감을 높여주는 이러한 자료들은 책을 만든 이들의 정성과 수고를 느끼게 해 줍니다.


책을 읽는 내내 소비사(History of Consumption)에 대한 저자의 열정,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과 자료 수집의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저자가 학자의 입장에서 하고픈 말은 마지막에 실려 있는 보론인 '서구 소비사의 현황과 전망'에서만 담겨있을 정도로 책 전반에 걸쳐 대중들이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학술적 자제와 배려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을]

평소 미시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일상의 물건과 인간의 행위에 대해서 이런저런 호기심이 많으신 분들.


[이런 분들은 한번 더 생각을]

20세기 이전 이야기에는 도통 관심이 없으신 분들.

무릇, 책이라 함은 글쓴이의 관점과 주장이 하나의 맥락으로 꿰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소비'에 대한 책을 소개하고 나니, 토리텔러님의 아이를 위한 경제 관련 새 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음... 전환이 좀 어색했나요?)

그동안 사회 초년생과 저 같은 경제 초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 상식과 재테크 관련된 글을 써왔던 토리텔러님이 이번에 그 대상을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대상으로 경제 교육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주모에서 확인해 주세요.

큰 기대와 함께 냉정한 리뷰를 위해 저자의 사인본을 마다하고 직접 서점에서 구매했습니다! (물론 사인본은 사인본대로 받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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