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이 광고업계를 빠져나가는 중입니다.

니들은.. 광고하지 마라..

by 석카피


나는 늘 업에 대해 고찰해왔다.
광고업, 제작팀, 카피라이터의 의미는 무엇인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지.
변화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광고대행업의 시초는 매체의 지면을 파는 것에서 시작했다. 때문에 소위 종합광고대행사라고 일컬어지는 회사들은 기획과 제작뿐만 아니라 매체 바잉 및 플래닝까지 모두 소화 가능한, 이른바 풀 패키지를 갖춘 회사들이다. 클라이언트가 광고 제작을 의뢰하면,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매체 플랜을 짜서 지면을 구입한 후 온에어 시킨다. 이 과정에서 광고회사가 클라이언트에 청구하는 항목은 다양하다. 기획비, 운영비, 카피료, 매체 수수료 등등..


광고의 전성기는 찬란했다. 미국 광고업의 호황기를 다룬 미드, 매드맨(Madman)을 보면 심심찮게 고오급레스토랑에서 굴요리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며 사치를 부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 광고의 전성기도 그에 못지 않았는데 그것이 가능했던 건 모두, 돈을 매체 수수료로 벌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이 일을 얼마나 어떻게 했으니 돈을 주시오-라고 청구하는 방식을 fee라고 하고, 매체를 집행했으니 매체비의 얼마(%)를 수수료로 주시오-라고 청구하는 방식을 commission이라고 한다. 모두가 TV를 보던 시절, 광고의 위력은 대단했다.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회사, 이미 돈이 많은 회사 가릴 것 없이 TV광고를 많이 태우는데 열을 올렸다. 클라이언트가 광고를 많이 태우면 광고회사는 매체 수수료를 더 많이 받으니 광고회사는 광고를 많이 태우는 클라이언트에게 서비스를 주기 시작했다. 악습의 시작이었다.


매체 서비스를 더 주는 건 그런대로 괜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기획료를 뭉개고, 제작비를 깎아주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괜찮아- 매체 수수료로 돈을 많이 버니까. 실제로 회사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는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후려쳐지기 시작했다. 기획은 그냥 해주고 제작은 얼마든지 더 해줄 수 있어요! TV광고에 100억이 우습지 않던 시절에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디지털 초창기, TV를 돌리던 클라이언트들은 인터넷과 모바일로 느릿느릿 넘어왔다. 그들은 TV에 비해 디지털 효율이 더 잘 난다고 장담할 수 없었고, 인터넷과 모바일 광고에 대해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데이터가 쌓여 트래킹과 타기팅이 정교화되자 디지털의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그 지지부진한 시간 동안 광고업계에는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고, 체질개선에 실패했다.


이제 한 매체에 100억씩 쓰는 광고주는 드물다. TV를 위시한 4대 매체(+ 신문, 잡지, 라디오)의 광고 카르텔은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생겨난 수많은 매체 지면에 의해 해체된 지 오래다. 매체 commission으로 벌 수 있는 돈은 줄었는데 기획비와 제작비를 뭉개던 관습은 여전한 상황.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광고회사들은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을 줄였고 남은 인원들은 필연적으로 힘들어졌다. 잘하는 사람들은 살길 찾아 떠나니 업계엔 광탈(광고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광고 바닥에 한바탕 엑소더스 붐이 일었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누구 탓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뭉뚱그려 선배 들 탓이라고 하기엔 그들의 삶은 고단했고, 업계 구조 탓을 하자니 미국에서부터 내려와 오랜 기간 검증된 관습이었다. 지만 선배들이 남긴 유산과 숙제 모두 남은 후배들의 몫. 탈주하는 선배들을 하릴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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