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해서 다행이야

by CB

나에게 혈액형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A형이에요'라고 대답할 때마다 망설여진다. A형은 소심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소심한 내가 싫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있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먼저 다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눈치를 보았고, 동기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형이 계산할 거지?'라고 누군가 농담을 하면 싫다는 말을 못 해서 내가 계산을 했었다. 어떨 때는 빌려준 돈을 달라고 하면 쪼잔해 보일까 봐 달라고 말도 잘 못했다. 그런 소심한 내가 싫었지만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내가 소심해 보이지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지내왔다.

최근에는 작은 고민 하나가 생겼다.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는 누군가의 언행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 사람은 나처럼 상대방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언어를 선택하며 말을 하고, 본인의 기분에 따라 상대방을 대하는 모습이 달라진다. 그래서 요즘은 그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순간이 숨이 막히고 말을 거는 게 두려워졌다.

내가 원하는 소심하지 않은 사람은 저런 모습인 걸까? 만약 내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눈치 보는 것을 고치게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소심함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는다면 나는 내가 소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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