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의지는 언제나 정원사

- 서귀포의 봄

by 꼬낀느


“우리 몸은 우리의 정원이고, 우리의 의지는 정원사이다. Our bodies are our gardens to which our wills are gardeners”

-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이 말을 나는 몸과 의지에 대한 경구만이 아닌, 실제 우리 정원에 적용해서 해석한다.


집을 지었던 2016년 여름부터 정원은 있었다. 그때 정원 설계와 시공을 조경 전문가에게 맡겼고, 결과물이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나름 개성 있었고, 손이 별로 안 갔고, 사계절 변함없었다. 야자수와 선인장이 주종인 열대정원이었다. 그런 채로 4년이 흘렀더니 슬슬 내 입에서 불평이 나왔다.

“우리 집은 가장 볕 좋은 자리가 선인장이야.”

“나도 꽃 좀 보고 싶어요. 풍성한 꽃밭을.”


아내의 의견을 존중한 남편은 3년 전 5월, 코로나 휴가를 맞아 대대적인 정원 개조에 들어갔다. 일하는 분들 사서 하면 하루 이틀이면 될 일을 반 달 내내 혼자 했다. 무지무지하게 많은 용설란 새끼들을 다 하나씩 파내고, 커다란 열대식물들 전기톱으로 잘라내고, 선인장 찔려 가며 다 파내고, 돌을 채 쳐서 일일이 골라내서 흙과 분리하여 길을 만들었다. 땅은 결과가 정직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일한 시간만큼 더 애착을 갖게 했다.


우리는 몇 가지 컨셉을 지닌 정원을 갖게 되었다. 새 나무들을 사서 보탰고, 중앙의 계절 정원에 다년생 꽃들도 몇 종 받아들였고, 블루베리 좋아하는 나의 제의로 블루베리 나무도 종류별로 몇 그루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종류가 백종이 넘고 총수량이 이백종이 넘는 식물식구들을 갖게 되었다.


한동안 방송에 나오던 광고가 있다.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자면서, 엄마는 아이에게 “아빠는 두고 가자”고 농담한다. 그 광고를 들을 때마다 나는 흠칫 놀랐다.

‘아니, 아빠 놔두고 가서 그 일 다 어쩌려고?’

참 순진한 광고이다.


전원주택에 사는 부부의 여가 시간은 온전히 그 땅에 바쳐야 단정한 정원이 될 수 있다. 조금만 게을러도 곧 잡풀 드글거리는 풀 천지가 되어버린다. 요즘 같은 고사리 장마기간. 풀은 무서운 기세로 자라 금방 빈자리를 덮어 버린다. 이제 남편의 얼굴은 줄곧 구릿빛이 될 것이다.


그는 또 연못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할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놀라운 기쁨도 주었다. 하얀 백로가 날아와 연못에서 물 먹고 있는 것도 두 번 보았다. 한 번은 쇠백로이고, 한 번은 왜가리 같은데 너무 놀라고 벅차 확인하지는 못했다. 작은 새들은 정원 돌 틈에 고인 물을 먹는다. 새들이 많다 보니 매일 창문을 똑똑하며 인사하는듯한 직박구리 두 마리도 있다. 그 애들은 하도 봐서 아주 친숙하다.




연못 식구들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개구리다. 이웃집 귤 농장 할아버지는,

요즘은 서귀포에서도 하논 외에는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 너무 듣기 좋다.”

고 반기시지만, 나같이 소음에 예민한 사람은 장마철이 되면 잠을 이룰 수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들도 연못 안 금붕어처럼 우리 가족인데. 알 낳는 철이 되면 거의 매일 그 알들을 퍼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알을 까놓는다. 애증의 개구리들이다.


그 개구리 방지책이 뭐 없나 하고 찾아보니, 누구는 바람개비가 효과가 있을 거라고 하고, 또 물레방아가 효과가 있을 거라고 했지만 그 소리도 만만찮게 시끄러울 것 같아 시도해보지 않았다.


그래도 연못 옆 감나무가 올해는 더욱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주어, 이제 볕이 짱짱한 낮이면 감나무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연못의 물소리를 듣는다. 그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오가는 물고기를 보며 바람을 느낄 때의 순수한 평화. 그 맛을 더 오래 누리고자 감나무 아래 작은 의자를 두고 싶었다.


“어렸을 적 우리 국민학교 다닐 때 앉았던 걸상 같은 그런 의자 있으면 두 개 놨으면 좋겠다. 그런 의자가 여기 딱 어울리지 않아요?”

했더니 남편이 장담한다.

“내가 만들어줄게.”

그는 뭐든 다 직접 만들어 준단다.

연못 안과 주위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지만, 연못의 얕은 깊이보다 몇 배는 더 깊고 큰 우리 평화의 원천이 함께 살고 있다.


우리는 정원사이다. 둘 다 식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고, 7년째 정원에서 실습 중인 아마추어 정원사들이다. 꽃과 나무를 죽이기도 했고, 안착시켜 살리기도 했다. 생명을 싹 틔워 꽃 피우거나, 여리고 조그맣던 나무가 든든한 나무로 우뚝 서는 과정은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 두 정원사는 정원에서 호흡이 척척 맞는다. 우리 부부가 늙을수록 사이가 좋아지는 건 정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원이 노년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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