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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May 13. 2023

우연히 마주친 교토, 동네 맛집 다섯


교토는 이미 다섯 번쯤 가서 사람 많은 곳은 가고 싶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관광지로 보내고, 혼자 교토에서 책방 순례를 했다. 여행 전 교토의 책방을 조사했더니 가장 먼저 나오는 곳이 케이분샤 이치조지점 (恵文社 一乗寺店)이었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요즘 교토 여행 갈 때 많이들 방문하는 모양이다.



1. 케이분샤 서점 옆 이탈리아 식당 Trattoria Antico 

http://www.trattoriaantico.com/

https://goo.gl/maps/VHQDxhZPsHfphuaC9



오전 11시에 서점이 개점해서, 아침도 먹지 않고 느지막이 숙소에서 나왔다. 날씨는 화창하고 따끈하지, 배는 출출하지, 뭔가 맛있는 것을 먹어야 서점도 돌아볼 힘이 생길 것 같아 주위 음식점들을 스캔한다. 문득 조그맣고, 낡은 한 이탈리아 음식점 발견. 저런 모습의 식당은 동네 맛집일 듯?


케이분샤 이치조지점 서점에서 코너만 돌면 된다. 마침 휴일 점심시간. 주민들이 가득해서 바깥 의자에 앉아 바람을 쐬며 기다린다. 바라보면 그윽한 웃음이 나는 그런 가게이다. 예상대로 음식도 공 들여 서비스되었고, 내용도 만족스러웠다. 

나는 후식을 원하지 않아 점심 세트 A (A pranzo ¥1,400)를 먹었는데 충분했다. 라쟈니아가 양도 적당했고, 아주 맛있었다. 천천히 풍족하게 식사를 즐겼다. 케이분샤 가시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식당이다.


그런데 교토의 모든 음식은 내게 좀 짰다. 왜일까. 오사카와 교토가 부산처럼 남쪽에 있어 날씨 탓인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모든 가게의 음식이 내 입맛엔 짜서 물을 많이 들이켰다. 


주방에서 구워 나오지, 짜지, 비싸지, 도무지 장점이 없는 유명 맛집


기온 거리, 줄 서서 기다리는 이름 있는 맛집. 오코노미야키는 철판이라는 것뿐 도무지 장점이 없는 집이었다. 그래서 상호 미공개. 유명하다고 가격도 맛도 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2. 이자카야 知里十利  (https://goo.gl/maps/wbzk8K4u3VeRB9Yq9)


숙소에서 가까워서 갔는데, 평이 좋은 곳이었다. 저녁을 안 먹고 밤에 도착해서, 식구들이 술보다 안주를 골고루 시켜 먹었다. 숙성 도미회, 만두, 오뎅 등 모든 음식이 먹을  만했다. 안주를 열 가지 가까이 시켰는데, 5인 식사와 술값으로 18만 원인가 냈다. 사케가 다양하지는 않다.

또 주인 내외분들이 입담이 좋아 내내 이야기를 건넸다. 마침 딸이 일본 유학파라 통역해주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에게 알려주어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숙소가 고조역(五条駅) 부근이라면 추천한다. 




3. 이자카야 노치카 のち家 (https://goo.gl/maps/8PNd5JNvgMxQgD2C7)


만일 知里十利가 만석이라면 여기도 괜찮다. 사실은 이곳이 조금 더 비싸고, 사케도 다양하다. 야채 튀김이 인상적이었고, 이 집의 튀김 종류는 다 맛있었다. 사케도 추천하는 것을 맛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지역 쌀로 만든 사케는 묘하게 내 입맛은 아니었다. 나는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한 모금씩 홀짝홀짝 맛보는데, 아직 내게 꼭 맞는 ‘인생 사케’는 찾지 못했다. 

위 두 이자카야는 동네에서 우연히 방문한 곳들이지만, 괜찮았다. 즉 일부러 찾아갈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 부근에 있다면 하룻저녁 보내기엔 좋은 장소라는 뜻.



4. 교토역 앞 요도바시 카메라 6층 한국음식점 잔치 

(純韓国料理 チャンチ 京都店, https://goo.gl/maps/SGzjt9FzY55CYYuy8)


이번 교토와 고베 여행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보였다. 한국음식점이 대형 건물마다 있어 깜짝 놀랐다. 언제 이렇게 많이 생겼을까. 일본 여행을 가면 4~5일씩 밍밍한 일본 음식을 먹느라 힘들어서 늘 고추장 튜브를 갖고 다니곤 했는데, 이틀 만에 우연히 한국음식점을 발견하여 “고추장 추가요!”를 외치고, 듬뿍 넣고 비빔밥을 먹었다. 


고추장 있어요? 했더니 저만큼 가져다주셨다. 고맙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젊어서는 해외 나가서 김치, 고추장 찾는 사람들 이해를 못 하겠더니, 지금은 김치와 고추장 없는 식사는 3일 이상 먹기 힘들다. 그런데 5일 여행 중에만 한국음식점을 세 곳 보았고, 그중 두 군데서 식사했다. 아마도 주방에 한국 아주머니들이 계신 지 거의 한국의 맛이다. 아니, 좀 더 달긴 하다. 하지만 이게 어딘가. 이제 적어도 일본 대도시에선 한식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삼계탕이며, 순두부, 삼겹살까지 먹을 수 있으니까.



5. 아리마 온천에서 맛본 고베규(神戸牛)


좀 웃기는 경험이었다. 

아리마 온천의 대표적 맛집, 가마솥 밥 전문 쿠츠로기야 くつろぎ家에서 대기하다 실패했다.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해서 기차 시간을 맞출 수 없어 포기하고, 주변의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한 끼 때우기로 했다. 추천할 만한 집이 아니라서 상호는 소개하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서 맛본 고베규의 맛이 예술이다.



나는 소고기 맛을 모른다.

“그건 제대로 된 좋은 소고기 맛을 보지 않아서 그래!”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하여간 종이 씹는 맛이다. 

식탁에서 그런 말을 하면 예의가 아니라 조용히 상대의 입맛을 존중하여 함께 먹긴 하지만 한두 점이 고작이다.


고베규는 진작 알고 있고, 비싼 집에서 먹어도 보았지만, 감동은 없었다. 그런데 그날 한 끼 때우러 들어간 동네 식당에서 남편에게 고베규 다 주고, 한두 점 먹은 그 고기의 맛이 발군이었다. 부드럽고, 기름과 육질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아니, 이렇게 고기가 맛있다고?”

흔히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그 맛. 나는 고베규 맛에 반했다. 다음에 고베 가면 고베규를 제대로 시식해 보아야겠다.  

아마 한국 사람들은 이미 고베에 가면, 당연히 고베규를 맛보고 있겠지?


* 덤!

아리마온천에서 비맞으며 길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그래도 짱! 소프트 아이스크림. 제자들에게 인기 있었던 일본 과자. 간사이공항에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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