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낀느 Jul 12. 2023

2023년, 일본 속 한국문학

사진 : 교토 서점의 서가에 진열된 조남주의『82년생 김지영』과 손원평의  『아몬드』


5월의 교토여행에서 나는 책방과 도서관을 다녔다. 책방에서는 ‘어떤 한국문학책이 번역되어 있는지’라는 주제를 갖고 찾아보았다. 

10년 전만 해도, 아니 코로나 이전에 일본 책방에 가면 한국문학 코너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제는 일본의 큰 서점에 가면 외국문학 코너에 한국문학 책이 한 두 단을 차지할 만큼 다양하게 꽂혀 있었다. 


조해진 『천사들의 도시』, 조해진 『단순한 진심』, 조남주 『사하맨션』,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한병철 『투명사회』,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권여선 『아직 멀었다는 말』, 배명훈 『타워』, 한정원 『시와 산책』, 김훈 『화장』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 중에, 신경숙의 책에 23이란 번호가 붙어 있어 어떤 책이 시리즈로 되어 있나 CUON 출판사를 찾아가 보았다. CHEKCCORI BOOK HOUSE라는 온라인 서점의 이름으로 수많은 한국책들이 번역되고 있었다.

https://chekccori-bookhouse.com/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에,

21. 김혜순 『죽음의 자서전』

22. 황석영 『해질 무렵』

23.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한국문학 명작 시리즈에는 최인훈 『광장』

오규원과 정지용의 시선집도 보인다.



CUON출판사의 현재의 베스트 상품에는 정소연의 『발언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올라와 있어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는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이란 책의 일본판이었다. 이 에세이의 2부 제목이 일본어책에서는 책제목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까지 하면서 맛갈진 모습으로 일본 독자를 이끌고 있다.  

   


시간을 내어 교토 부립도서관에 가보았다. 역시 도서관은 본격 문학책들이 많았다.   


  

은희경 『새의 선물』, 윤성희 외『나의 할머니에게』, 권지예『꽃게무덤』(한국현대단편선), 양귀자『원미동사람들』, 염상섭『취우』, 윤이형『작은 마음동호회』, 한강『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와 이상의 두터운 작품집이 눈에 뜨인다.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엄마가 당시 유행으로 왕창 들여준 몇십 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다. 아이들 다섯이 자라면서 차례로 읽어대어 나중엔 표지가 떨어지고, 나달 나달 해지다가 한두 권씩 사라졌지만 우리 자매들 추억 속에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전집에 있던 일본문학책에서 나는 아쿠다가와 류노스께(芥川龍之介)를 만났고, 곧 팬이 되었다. 라쇼몽(羅生門), 갓파(河童), 톱니바퀴(歯車) 같은 작품들을 보고, 나도 그처럼 서른다섯 살까지만 살고 싶었다. 어쩌면 그 이후의 삶은 추할 것 같았다. 


그 후 내 취향은 아닌 하루키를 비롯하여 무수한 일본 작가들의 책을 보았고, 야마다 에이미(山田双葉)의 팬이 되어 일본에서 그녀의 책들을 몽땅 사 오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 청소년들 중에서 우리나라 작가의 팬이 되어 그 작품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왜 일본문학은 이미 50년 전에 우리나라에 대중화되었는데, 우리 문학은 이제야 일본에 알려지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니 억울하다.      


사람 속에서 살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과 남는 사람이 있었다. 작가도 그랬다. 한때 경도하다 지나가는 작가가 있었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내게 남아 있는 작가가 있었다. 아쿠다가와 류노스께는 내게 남은 작가였다.     

지금도, 흐르는 이 인터넷상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나는 또 얼마나 내게 혹은 남에게 남는 글을 쓸 수 있을지. 나도 내가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베의 “엘리 마이 러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