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미지는 꽤 오래전 구입한 건데, 나보다 코가 뾰족하지만 글 쓸 때 거의 저 분위기가 아닐까 해서 애용하고 있다.)
영원 : 난 지금껏 사람이 몸이 늙지 마음은 안 늙는다고 생각했다?
완 : 근데?
영원 : 오늘 보니까 마음도 늙더라, 야. 밥 먹자는데 밥 먹으면 뭐, 술 먹자는데 술 먹으면 뭐 달라져? 이게 마음도 늙는 거지, 뭐야.
완 (독백) : 그러나 나중에 이모가 미국에 돌아가며 한 말은 정반대였다. ‘그때 밥이나 먹고 올걸. 술 한 잔 같이 마셔볼걸. 영원 이모는 그날 결코 화려하지 않은 자기의 삶에 후회만 하나 더 만들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12화 中)
하지만, 영원이 그날 그와 밥 먹고, 술 먹었다면 돌아서 후회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아니라, 후회할 짓은 피해 가는 사람이다. 마음은 늙지 않는다. 다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두는 것이다. 간혹 혼자 있을 때, 오소소 소름처럼 돋는 기억들에 미소 지을 수 있는 것만으로 족하다.
요즘 종심(從心)이란 말을 자주 생각한다. 마음을 따라 행하여도 어긋남이 없다는 나이, 일흔 살을 일컫는 말이다. 아직 그 나이에는 못 미쳤지만, 나는 ‘마음을 따라’ 살려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을 따라 쓸 것이다. 과거의 쓰린 기억이 떠오르면 그것을, 지금의 공부, 여행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남으면 그것을 쓸 것이다. 굳이 원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무엇이 되고, 무엇을 해내겠다는 각오 따위 없이 써나간다.
말하자면 지금이 즐겁자고 하는 일이다.
2023년 3월 21일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고 넉 달. 얼마 전 구독자가 백 명 넘은 날은 혼자 싱글거렸다. 브런치에서 내 목표는 크지 않다. 구독자가 차츰 늘며 서로의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것. 그래서 내 글을 구독해 주는 사람들은 나도 구독한다. 앞으로도 구독자와 관심작가의 비율은 비슷하게 갈 것이다.
간혹 구독자는 많은데 관심작가가 10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나름대로 방침과 사정은 있겠지만, 애들 말로 “같이 안 놀아!” 하고 싶다. 나도 구독 안 한다. 어쩜 그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혼자 밥 먹는 시간에는 브런치북을 하나 택해서 천천히 먹으며 다 읽는다. 어디 가서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잡소리 없고, 진솔한 글들을 광고 없이 무료로 읽을 수 있을까. 브런치북은 가치 있는 읽을거리이다. 나도 차차 여기에 끼고 싶다. 내 나름의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이다.
하지만 간혹 글쓰기에는 무시무시한 타인의 공격이 가해진다. 쉽게 남의 글을 난도질하고, 가볍게 시니컬한 한 마디 던지는 것이 쓰는 이에게는 오래가는 상처가 된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 극복이 안 되어 혼자 울기도 한다. 오래 생각하다 한순간 그 말들을 내게서 차단해 버린다. 그 사람이 내뱉는 독설은 맞는 말일 것이다. 물론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닌. 내 한계를 모르는 게 아니란 말이다.
울고 나서 마음가짐을 달리한다.
나 좋자고 하는 일이니, 다시 즐겁게 쓰자.
시간이 가면서 브런치에 글도 쌓이고, 구독자도 더 늘면 즐거움이 두 배, 세 배가 될 것이다. 그날을 기대하며 나는 지금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