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6주 동안 일본어 필사하는 모임에 들었다.
아오야마 미치코 (권남희 역)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책 후반부를 필사하는 일이다. 매일 3~4쪽의 책을 베껴 쓰거나 타자 쳐서 카톡 방에 공유한다. 이제 4주 차에 들어섰다.
나는 필사하는 것은 자신이 없었고, 이번 기회에 일본어 타자를 익혀보자는 각오로 참석했다. 오래 일본어를 접해 왔고, JLPT 2급을 따기도 했었지만, 공부하지 않고 말할 기회 없는 언어는 맨날 제자리이다. 책은 좀 보고, 말은 늘 서툴다. 많이 바라지 않는다. 6주 동안 타자에 익숙해지고, 일어와 우리말 번역문을 대조해 보면서, 번역의 묘미도 약간 맛보고 싶었다.
한 달간 미리 타자연습을 했다. 정말 더듬더듬 매일 연습하니, 이제 문장을 보면서 글 읽듯이 칠 수 있게 되었다. 느리지만!
문제는 타자를 치려면 한자 읽는 법을 알아야 하는데, 선생님이 한주분의 단어장을 미리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 타자를 쳤다해서 온전히 내 실력으로 칠 수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래도, 처음으로 일본어 타자치기를 익혀가고, 조금씩 빨라지는 데 희열을 느낀다.
오늘 분량 중, 책 179쪽이다.
출력해서 읽으며 오타는 없나 확인하고, 번역본과 대조하면서 원문을 음미해 본다.
나는 드라마나 만화를 잘 보지 않아 대화문에 서툴다. 필사를 올린 후 선생님께 오늘 문장들의 감상을 올린다.
「ごめん、パーティーには先に行ってて。この子の絵、ちゃんと引き張り出さなきゃ」
(“미안, 파티에는 먼저 가줘. 이 사람 그림, 세상에 끌어내야 해.”)
‘行ってて’는 ‘行っていて’의 줄인 말이라 "먼저 가 있어".
‘出さなきゃ’는 出さないといけな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해야 한다.
그래서 “끌어내야 해”로 해석되는 거죠?
マスターはひょこひょことバス亭のほうえ向かった。
(마스터는 총총히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ひょこひょこと를 "총총히"라 번역한 것은 한국말에 맞게 잘한 번역인 것 같습니다.
わたしはあっけに取られて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
이런 표현 처음인데 재미있었어요.
なんとなくわかった気がした。(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렴풋이... 라. ‘어쩐지, 슬며시, 그냥’이 아니라 “어렴풋이”란 단어 선택이 좋네요.
わたしたちはどこかの人生に組み込まれている。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에 한자리 잡고 있다.)
組み込まれている를 ‘짜 넣어져 있다’가 아니라 "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번역이 발군의 문장이지 않을까요.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가는 것은 즐겁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나가니 번역가가 어느 단어에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고민했는지도 보인다. 무언가를 한 단계씩 배워나가는 것은 또 다른 아름다움과 노고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에도 공부는 필요하다.
이번 필사에서는 일본어 타자 치기를 배웠고, 한자 읽기를 조금 더 잘하게 되었다. 이제 딱 2주 남은 일본어 필사. 팔이 아프지만, 싱싱한 마음으로 마칠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다.
https://blog.naver.com/k-umdo/223120461500
곧 9월 4일 시작하는 다음 기수를 모집한다. 다른 책으로 시작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계속하지 못하지만, 가을날 카페에 우아하게 앉아서 일본어 문장을 따라 써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