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초록
땅이 비밀의 열기를 뿜는다.
새 소리가 허공에서 시든다.
흰 하늘이 가만히 물러나고
몸 저린 잎잎이 뒤척인다.
갈증난 푸르름이 점점 커진다.
마침내 초록의 무서운 공황이 쏟아진다.
모든 것은 끝나리라.
시간은 멈추리라.
공중에서 불타는 초록의 비웃음.
땅 밑으로 밑으로 수액이 빨려 들어간다.
빈사*의 공간이 너울거린다.
태양이 영원히 정지한다.
세상엔 귀신 같은 푸르름만 남는다.
* 빈사(瀕死) : 거의 죽게 됨. 또는 그런 상태.
초록이라니. 나는 이끼색 잉크, 초록 노트, 초록 차를 쓰고, 매일 나무를 본다. 초록이 친근하다. 그런데 <무서운> 초록이라니. 초록마저 시인에게는 편하지 않고, 갈증 나고 불타고 있다. 초록이 무서운 게 아니다. 내가 대면하는 나, 내가 대면하는 세상이 무서운 거다.
최근에 열다섯 살 제자가 한 말을 오래 골똘히 생각했다.
“제일 힘든 건 나요. 내가 제일 힘들어요.”
최승자의 부정은 현실을 보는 수단이다. 착한 긍정을 버리고, 모든 것을 뒤집고, 부정한다. 부정도 힘이다. 자신마저 부정하고, 비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다다르는 곳은 어디인가. 혹시 알아? 뜻하지 않은 해방을 줄지. 그래, 나도 거기부터 시작해 보자. 최승자와 내가 초록에서 뒤엉켜 있다.
* 사진은 서귀포의 오래된 노천 극장 담
아래는 가디언지에 실린 최승자의 시 세 편중 하나이다. 우리 시를 잘 영역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노벨상도 타지.
Fearful Green
The earth emits mysterious heat.
The chirping of birds withers midair.
While the ashen sky retreats
aching leaves turn.
The thirsty verdure grows by degrees.
At last green’s fearful chaos pours out.
Everything will be over.
Time will come to rest.
In the air, the sneer of green afire.
Into the deep, deep earth, the sap drains.
The barren background sways.
The sun comes to a halt forever.
Like a ghost only green remains in the world.
Translated from the Korean by Le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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