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낳고 겉도 부스스했지만 속이 조금씩 부스러지기 시작했을 때 책 읽기 모임(동화 읽는 어른)에
가입했다. 아이 둘의 엄마가 되는 건 동화 속에서는 아름다운데 현실은 녹녹지 않았다.
친절한 엄마가 되었다가 미안한 엄마가 되었다가 버럭 하는 엄마가 되었다가, 감정이 녹았다가 얼었다가를 계속 반복하니 마음에 균열이 생긴 것 같았다. 그때 만난 동기들이 11명이다. 그들은 조금씩 다르게 왔겠지만 일주일에 책을 읽고 만나 육아와 가정, 꿈, 책 속을 왔다 갔다 하니 미세한 균열들이 메꿔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입 밖으로 꺼내면 금세 누더기 같은 이야기들 마저도 함께 나누면 훌륭한 퀼트 조각으로 만들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만남을 오랫동안 미뤘다가 몇 달 만에 만났다. 이번에는 혼자 읽기 힘든 고전을 읽고나눠보자 했다. 시간을 많이 줬는데 다 읽어가지도 못했고, 근사한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