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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Sep 26. 2020

엄마는 소소한 일들을 부탁받아야 해

<보리차라도 꼭 끓여주라>

일찍 출근한 엄마 대신
알람이 딸을 깨우고
식탁 위에 보온병 하나 아침밥이 딸을 기다린다.

눈도 잘 안 떨어지고
입도 잘 안 벌어져서 아침밥도 반도 더 남겼다.
졸린 눈 비비고 보온병 뚜껑을 열어본다
며칠째 따뜻한 보리차 싸 달라고 했는데
오늘도 그냥 따뜻한 맹물이다.
치이~

엄마가 깨워주는 것도 안 바라고
밥을 같이 먹자고 한 것도 아닌데...


딸이 원하는 것은 엄마의 관심
딸이 기다리는 것은 엄마의 사랑
딸이 해달라는것 꼭 안아주는 것, 진하게 뽀뽀해주는 것, 동생보다 자기를 더 좋아한다 하는것.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

나는 놀이를 하다가도 바쁘면 뛰어 나가 버리는 술래 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다시와 놀아주길 기다렸던 아이들에게 일을 해결하고 오냐고 고단했던 나는 '그만 놀고 씻자' 하고 말해버리는 김 빠지는 엄마다.

 일주일에 두 번 학교 가는 딸아이가 학교 가는 날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듯한  보리차를 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냥 정수기에 물 싸가면 안 되냐고 바쁜데 뭔 보리차냐고 했더니 입이 반쯤 나와서 투덜거리며 학교에 갔다. 일초도 안돼 후회할 거면서 큰소리치지 말걸 그랬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기분을 망치게 한 게 미안했다.  
오늘 아침엔 다른 일 말고 옥수수와 보리차를 준비해서 주전자 한가득 물을 끓였다.

'엄마니까 소소하고 작은 일들을 끊임없이 부탁받아야 하는 게 맞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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