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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Oct 04. 2020

골목식당이 들려주는 이야기

냉면은 입맛 없을 때 먹는  내 비상 양식이다.
내가 자주 가는  해님달님 작은 도서관 옆 옆집에
할머니 칡 냉면이 있다.
 프랜차이즈의 식당이 깔끔하고 다 똑같은 인테리어와 맛으로 전국 어디서든 같은 맛의 음식과 서비스를 받고  좋기도 하지만 어쩐지 좀 재미없는 느낌이기도 하다.
각 동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 나는 좋다.
할머니는 몸이 안 좋으셔서 추운 겨울과 날이 좋지 않은 날은 가게 문을 열지 못하신다고 하셨다.  날씨 좋은 날이 할머니의 냉면을 먹을 수 있는 티켓이 된다.


지동 작은 골목 식당 중 하나인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는
냉면을 후루루 짭짭 맛나게 먹고 있으면 조용히 다가와 '부족하면 더 줄게~'라고 이야기해주실 땐 할머니의 손녀라도 된 것인 양 마음이 흐뭇해진다.
냉면집 앞에는 화분이 가득 있다.
계절마다 다른 꽃을 피우고 다른 식물이 자란다. 할머니는 서천꽃밭의 한락궁이처럼 여러 꽃들을 정말 잘 키우신다.   '다음 주엔 냉면집 앞 함박꽃이 활짝 필 거야~'
'하는 할머니의 얼굴은 벌써 함박꽃이다.

맛나게 비빔냉면을 먹은 벌 개진 입술을 쓱 닦으며 고춧가루가 끼었을지 모르지만 씩 웃으며 ‘ 정말 궁금하네요. 다음 주에 또 올게요’로 화답하고 나왔다. 할머니가 돼도 수줍고 설렘 가득한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봤다.
할머니가 건강하셔서 맛있는 냉면도 예쁜 함박꽃도 오래오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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