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열개랑 아이스크림 한 개랑 안 바꿀래

by 그림접시

반년 만에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동생네 식구들을 따라갔다. 나도 휘둥그레 아이들도 휘둥그레졌다.
각자 먹고 싶은 것 하나씩 먹자 했다.
한 명이 젤라또 아이스크림 먹겠다고 하니모두 젤라토 아이스크림.
결국은 다 먹지도 못하고 아까워 내가 먹겠다 했다. 좀 녹은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속에 몇 년 전 우리 외할머니와 아주 비싼 스테이크를 먹었던 기억으로 데려다주었다.. 할머니는 쌀 20킬로짜리 한 포대 값이랑 이렇게 손바닥만 한 고깃값이랑 똑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고기를 안 좋아하시지만 아까워서 열심히 드셨다. 나도 외할머니처럼 '요로코롬 작은 아이스크림 하나가 오천 원이나 하는데 반도 안 먹고 다 남길 수 있냐고? '속으로만 말하고는 아이스크림을 떠먹었다.

둘째가 어릴 때 생협에서 편해문 선생님 강의를 듣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사주지 마라 사주지 마라 아무것도 사주지 마라 만약 뭔가를 하나를 사줄 수밖에 없다면 스스로와 아이에게 백 번 물어보고 사줘야 한다. 아이들이 사는 놀이에 절어 살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이들한테 하는 소리는 딱 하나다. "사라" 이아다.
당연하게도 이 소비중독의 고리를 끼워 준 사람은 부모이다. >

<무슨 일이 있어도 열 살 전까지는 말이다. 방법은 사주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이다.

부디 무엇이 아이들한테
좋다는 말에 속아 사지 마시라. 사주는 순간 아이들
놀이는 끝나기 때문이다.
놀지 않고 소비함으로 존재하는 오늘 대한민국
아이들을 바로 보자>-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편해문>

늘 못해줘서 미안해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나도 엄마가 돼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에게 뭘 해줄까 하는 고민만 하다가 이야기를 듣고 깜작 놀랐다.
사주기만 하면 금방 울음을 멈출 수도 있고 편한데 말이다.
사주는 것보다 사주지 않는 것이 훨훨 어렵다.
오천 원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주면서도 최소 세 번을 생각하라는 꼰대 아줌마는
내가 진짜 사고 싶은 것은 두 번만 생각하고 살 때가 훨씬 많아 찔리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20200818_080822.jpg 일러스트/그림접시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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