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에겐 비밀을 말해도 돼

by 그림접시


일러스트/그림단추2020

부끄럽고 미숙하게 굴었던 밤이었다.
둘째만 재우고 나면 나에게 평화가 올 것만 같았다.
재우기에 맞추어 놓은 조바심 많은 알람 시계였다.
숙제도 다 안 돼있고, 저녁을 서둘러 먹였더니
자야 하는 시간에 배가 고프다 했고, 책을 두권이나 읽어줬는데도 말똥말똥했다. 결국은 고래고래 소리지
고 아이의 말을 잘라버렸다.
그럼에도 솔직하고 당 찬목 소리로 '어떤 어린이도 일찍 자길 원하고 숙제를 좋아할 어린이는 없어!'

앞집 친구가 친정이 문경이라 주말에 호두와 밤을 따왔다면서 귀한걸 우리 집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나는 호두를 무척 좋아한다. 잔뜩 혼내고는 호두를 까먹겠다고 힘주고 있는 모습은 왠지 우습단 생각이 들어 한참을 바라만 봤다
올해 태어난 햇 호두인데 성숙하고 단단함이 느껴졌다. 자기 열매 야무지게 지키고 있는 모습도 대단해 보였다.


단단한 호두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내게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둘째 등을 자주 쓰다듬어 주고, 눈을 맞추고 들어주는 일이
내가 단단한 호두가 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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