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잘 재우고 잘 먹이기!
아무 일정도 없는 느긋한 일요일 아침
같은 포즈로 자고 있는 큰 친구와 작은 친구 (아빠와 아들)
살금살금 나와서 나의 루틴을 시작한다.
공복 보충제를 먹고,
베란다 창 앞에 누워 동트는 오렌지빛 하늘을 바라본다.
호흡명상 오디오를 틀고, 천천히 호흡한다.
초록초록 나무를 바라보며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일어난다.
햇사과를 사각사각 깎아 먹으며,
에티오피아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린다.
금요일 간만의 회식으로 피로가 더해진 큰 친구를 더 재운다.
늘 아침잠을 아쉬워하는 작은 친구도 푹 자게 내버려 둔다.
푹 잔 두 친구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스스로 나온다.
어제보다 한결 개운한 얼굴과 컨디션으로.
간단히 현미누룽지와 팬케이크를 만들어준다. 각자의 취향대로.
두 친구는 원하는 속도로 내어준 밥을 알아서 먹고, 접시를 싱크대에 가져다 둔다.
큰 친구는 세탁기를 돌려 탁탁 털어서 빨랫대에 널고 있다.
작은 친구는 어제 다 못 만든 레고를 만들며 정리한다.
아침 설거지를 하려는데, 큰 친구가 나의 손을 걱정하며 그냥 놀라고 한다. 본인이 해준다.
자전거가 타고 싶은 작은 친구를 데리고 두 친구는 헬멧과 물통을 챙겨 자전거를 타러 간다.
나는 피아노를 연습하면서 배웅한다. 'Enjoy~'
결과만 보면 예전에도 종종 있었던 그림이다.
큰 친구는 집안일을 곧잘 하고, 아들과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예전과 지금의 틀린 그림을 굳이 찾아본다면, 그건 내 마음이다.
두 친구를 대하는 내 태도이다.
고마운 마음과 네가 하기로 한일 빨리 해치워라는 마음이 반반이었던 예전에서,
지금은 고마운 마음만 남았다.
나가고 싶다고 징징대는 애만 보였었는데,
말로 표현하지 않는 큰 친구의 피곤한 몸과 맘의 상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부족해진 내 몸의 에너지만큼,
무심히 넘겼던 내 몸의 소리가 들려왔고,
'주말에 이것 이것은 해야지' 하며 여러 계획 세워 미션 클리어 하는 것보다,
그때그때 내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내 에너지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활동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면서 내 마음과 몸이 더 편해지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의 표정과 컨디션이 더 잘 보인다.
하고자 한 일들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 더 충만함이 커진다.
하하 호호 웃으며, 감사함이 커진다.
몸이 곧 마음이니,
나와 나의 가족이 더 긍정적인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우선 잘 재우고 잘 먹이면 된다.
거기서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