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기 실험
뉴질랜드의 사촌 조카 J 가 우리 집에 보름간 스테이 할 예정이다.
처음 사촌언니를 통해, 가능하겠냐는 제안이 왔을 때 흔쾌히 ok 했다.
- 나는 대부분의 제안에 긍정적이다.
- J가 오면, 일상의 단조로움을 벗어난 활력, 외동인 아들에게 누나 체험(?) 등 재밌겠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 집에 오래간만에 손님이 온다는 생각에 신이 난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싶어진다.
- 옷 정리할 바구니를 사둘까? 짐 줄일 수 있게 어머니티 준비해 둔다고 할까? 옷걸이를 더 사야겠지? 냉장고에 플랫 스타일로 한 칸을 비워줄까? 반찬 꺼내먹기 좋게 표시를 해줄까? 접시를 더 사야 하나? 등등등
-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 내가 행사를 할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내가 편하게 줄 수 있는 것 까지가 내 호의와 배려의 바운더리이다.
마음대로 계획대로 할 수 있는 나 자신과 달리,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나에게 자극이고 변수이다.
에너지가 축소되면서, 세상과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신중한 경계 설정을 항상 고려하고 있다.
내가 편하게,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만큼만.
기존에 내가 당연히 짊어졌던, 플러스알파의 디테일 가득한 배려는 버전 업데이트와 함께 지운다.
J의 스테이는 New version 나의 베타 테스트다.
하고 있고, 앞으로 할 수많은 내려놓기 실험 중 하나이다.
몸과 맘이 더 편한 나.
나에게 집중하는 나.
자극과 변수에도 태연한 나.
김금희 작가의 산문집 <나의 폴라일지>에서 "펭귄의 용감함 = 느리고 작은 존재가 신비롭게 보여주는 태연함"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종종 찾아오는 이유 없는 불안감과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 초긍정주의의 조합인 나.
교집합이 별로 없는 두 성질의 조합은 어떨 땐 마구 불안하고, 어떨 땐 마구 도전적이다.
성취해야 할 목적, 디테일한 계획은 불안을 억누르고 계속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지만,
동시에 지속적 심적 스트레스 이기도 했다.
나는 더 많이 보고 싶고,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이제 동력원을 바꿔 스트레스 없이 가고 싶다. 내 몸을 내 맘을 더 아껴주고 싶다.
새로 도입한 동력원은 "재미"와 "느낌"이다.
먹을 때, 만날 때, 새로 시도할 때, 스스로에게 한번 더 확인한다.
'건강한가?'
'재미있나?'
'어떤 느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