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유목민으로

- Remeber to dance

by 개굴 프레스

비 온 뒤 잔디처럼 키우던 내 머리카락들.

네이버로 예약되던 동네 미용실에 갔다.

제일 어린, 보풀 가득하고 힙한 스웨터를 입은 남자 디자이너의 의자에 앉았다.

"머리 기르려고요. 옆이랑 뒤 좀 다듬어 주세요."

아무 말 없이, 생각보다 훨씬 꼼꼼하게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옆이랑 뒤는 빨리 자라는데, 윗 머리가 천천히 자라요. 한 달에 한번 정도 정리하시면 깔끔하게 기르실 수 있을 거예요."


9월, 10월, 11월, 12월.

네 번의 방문.

매번 세심하고 정성스레 다듬어주고, 짧은 머리를 드라이해서 스타일을 만들어줬다.

미용실 가는 것이 즐거워졌다. 배운 스타일을 따라해보게 되었다.


연말 모임을 위해, 오늘 간 미용실엔 그 스타일리스트가 없다.

이직했다고 한다.


새로운 여자디자이너.

말도 빠르고, 궁금한 것도 많다.

많은 것들을 질문하며, 빠르게 머리를 다듬는다.

이발기를 다루는 빠른 손길이 조금 아프다.


이전 디자이너의 1/2 시간에 마무리해 줬지만,

만족도는 1/4로 줄었다.

핀트가 맞지 않는 대화와 감정 표시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1/10으로 줄었다.


다시 미용실 유목민으로,

내 머리카락들을 맡길 곳을 찾아 방황해야겠다.



피아노로 즐겁게 배웠던 Little things.

이런 느낌의 노래로 만들다니, Bruno Major~ 멋지다.

https://youtu.be/pSiYBjW0E-c?si=GxVV1WaCwW0D_K8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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