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의 봄 to 여름 - 선항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삶
3월 중순 시작한 선항암은 총 4번, 3개월간 진행되었다.
3주 간격으로 2박 3일씩 간호병동에 입원했다.
간호사와 암카페로부터 들었던 대로, 항암 주사를 맞고 2주 정도 후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후드득후드득.. 머리카락이 영화처럼 뭉텅뭉텅 빠졌다.
청소기에 롤롤이를 동원해도, 온 집안이 털갈이하는 강아지 키우는 집처럼 내 머리카락에 점령당했다.
2차 항암 입원 전날, 남편과 항암가발 전문점엘 갔다.
항암가발을 사고, 다양한 비니를 사고, 쉐이빙을 했다.
태어나 처음 보는 나의 삭발 머리가 어색해서 남편에게 농담을 건넸다.
"미안해. 내 미모의 30%는 머릿발이었네. ㅎㅎㅎ"
아홉 살 아들은 내 가발을 쓰고 가수가 된 것 같다며 신나 했다.
2차, 3차, 4차
병원도, 항암 후 부작용도 반복되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패턴이 읽히니,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었고, 불안감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2차 입원부터는 혼자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이를 위한 간단 식재료와 항암 후 울렁거릴 나를 위한 음식들로 냉장고를 채웠다.
입원하는 날 아침이 오면 긴 곰포옹으로 남편과 아들을 배웅했다.
아들을 두고 가는 맘이 괜히 짠해져 아들 책상에 씩씩한 메모를 붙이고 갔다.
2박 3일을 잘 버티고 집에 돌아오면, 사랑스러운 아들의 응답이 내 책상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남편과 아들을 다시 끌어안고 있으면,
또 외계행성으로 날아가고 있는 내 몸 컨디션과는 별개로, 마음은 감사함으로 가득 찼다.
다음 입원이 기다리고 있는 3주 뒤도 모르겠고, 그 뒤의 수술도 모르겠고.
그냥 '지금'이 너무 기뻤다. 감사했다.
아이가 어질러 놓은 집도, 쌓여 있는 집안일도, 남편도, 아이도,
진단 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종종 짜증 나고 힘들었던 일상이 그냥 감사해졌다.
끝없이 반복될 줄 알았던 그 지난해 보였던 일상이,
언제든 끝날 수 있다는 걸 깨닫자 귀하게 느껴져 아껴먹고 싶어졌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이주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