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일부러 눈에 잘 보이는 간판을 달지 않았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찾기 어렵도록요. 숨은 집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가게로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는 사전에 알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둘러보시는 것을 최우선으로 신경 쓰거든요. 지나다 불쑥 들른 분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면 마음먹고 여기로 걸음 하신 손님들이 가게를 둘러보실 때 긴장하게 되니까요."
그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와서 화제의 베스트셀러나 신간을 사가는 그런 서점을 차릴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지나다 우연히 들르는 손님보다 이 서점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일부러 찾아와 주는 손님을 편애하기로 했다. 그런 손님들이 이곳에서 호리베 씨의 엄선된 책 큐레이션을 통해 자신에게 딱 맞는 책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 가게 주인들은 알고 있었다. 무리하지 않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기분 좋은 가게를 운영한다면 손님들은 어떻게든 그 점을 알아봐주고 몸소 찾아와준다는 사실을. 구석에 꼭꼭 숨어 있어서 찾아가기도 힘들고 초행길엔 충분히 헤맬 법한 장소라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만나야 할 인연은 어떻게든 반드시 서로에게 닿을 운명이기에.